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MVNO)으로 갈아타는 ‘번호 이동’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 일정 기간 요금을 받지 않는 알뜰폰 ‘0원 요금제’가 시들한 상황에서도 저렴한 요금을 찾는 통신 3사 가입자들이 꾸준히 알뜰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이동한 가입자 수는 62만2070명을 기록했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유입 회선(Port-in)에서 통신 3사로 이동한 알뜰폰 유출 회선(Port-out)을 뺀 순증(純增) 기준이다. 중복 집계를 뺀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간 순수 가입자 수를 말한다.
올해 3분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가입자 수는 18만605명으로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다소 줄었다. 올해 1분기 22만636명, 2분기 22만829명의 통신 3사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옮겨간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4만명이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월 6만명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가면서 알뜰폰 번호 이동 수요는 계속됐다.
◇ 통신 3사 ‘보조금’ 삭감 견제에도 알뜰폰 성장세 계속
알뜰폰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0원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가입자 수 늘리기에 집중했다. 특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70여종의 0원 요금제를 쏟아내면서 지난 5월에는 한 달 만에 11만7513명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갔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201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통신 3사가 판매 장려금에 해당하는 ‘영업 보조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알뜰폰에 대한 견제를 시작하면서 0원 요금제는 급격하게 줄었고,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수요도 정체됐다. 통신 3사는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그동안 알뜰폰에 가입자당 20만원 수준의 영업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로 가입자를 뺏어가자 6월부터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였다.
통신 3사의 견제에도 알뜰폰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알뜰폰 가입자 수(고객용 휴대폰)는 823만144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다. 알뜰폰 가입자 수 점유율은 7월 기준 18.2%로 3위 LG유플러스(20.9%)와 2.7%포인트(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2위 KT(21.9%)와의 점유율 차이도 3.7%P에 불과하다.
◇ 4분기 ‘아이폰+알뜰폰’ 효과 기대
알뜰폰 업계는 오는 13일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의 국내 출시 효과로 올해 4분기 알뜰폰에 대한 번호 이동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번호 이동 수는 스마트폰 출시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 8월 번호 이동 수가 51만6589건으로 역대급 수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삼성 갤럭시Z폴드·플립5 출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아이폰15 자급제폰(가전매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통신 개통이 안 된 휴대폰)을 구입해 LTE(4세대 이동통신) 알뜰폰에 가입하는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알뜰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알뜰폰 업체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렴한 요금제와 무약정 여파로 알뜰폰에서 다른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일명 ‘메뚜기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에서 나오는 지원금 삭감 등으로 알뜰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업체들의 유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요금 수준에 민감한 알뜰폰 이용자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로 잦은 이동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다른 알뜰폰 업체로 갈아탄 가입자 수는 10만749명으로 전년 동기(8만3065명) 대비 21.2% 늘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가입자 수를 확보해야 특화 요금제를 내놓고 장비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