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해져 고민이다. 2021년 초만 해도 100만명을 웃돌았던 5G 신규 가입자 증가 수가 최근 30만명대 초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수익성이 높은 5G 가입자가 계속 늘어야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 6G(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5~7년 남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실적을 방어할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총 3110만103명이다. 이는 전달(3076만489명) 대비 33만9614명(1.1%)이 늘어난 수치다. 통신 3사의 5G 가입자 수는 올해 상반기 내내 증가세를 보였지만 신규 가입자 증가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월 대비 5G 신규 가입자 증가 수는 올해 1월 48만9583명을 기록했으며, 올해 2월에는 58만1805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월 대비 5G 신규 가입자 증가 수는 올해 3월 46만9771명을 기록한 후 4월 42만3119명, 5월 41만5761명으로 줄더니 6월과 7월에는 각각 32만1107명과 33만9314명에 그쳤다.

그래픽=편집부

◇ 5G로 갈아탈 유인 적어… SK텔레콤·LG유플러스, 가입자당평균매출↓

5G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은 저렴한 요금을 찾아 알뜰폰 LTE(4세대 이동통신)로 넘어가는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번호이동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가입자 수는 44만1465명에 달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지난 5월 앞다퉈 약 6개월간 통신 요금을 깎아주는 ‘0원 요금제’를 출시하자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이용자 수가 늘었다.

LTE 가입자들을 5G로 유인할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5G 가입자 수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G(3세대 이동통신)에서 LTE로 넘어갈 당시 LTE로 갈아타면 동영상 스트리밍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VR(가상현실) 등을 내세우는 5G의 경우 콘텐츠 발굴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아직은 LTE와 5G 서비스의 차이를 체감하기가 어려워 LTE 가입자가 5G로 옮겨갈 유인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5G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통신 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의 ARPU는 2만9920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2.4%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ARPU도 2만8304원으로 4.5% 감소했다. KT의 ARPU만 3만3948원으로 4.6% 늘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수익성 강화에 한계를 느낀 통신사 경영진이 기지국 설치 등 하드웨어 관련 비용을 줄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 최신폰에서 LTE 쓸 수 있게 되면 5G 가입자 확보에 타격

과기정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도 시장에서 시행될 경우 5G 가입자 수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최신폰을 통신사를 통해 개통할 때 5G 요금제만 쓸 수 있는 기존 제도를 개선, 이용자가 LTE와 5G 중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알뜰폰이나 저가 요금제로 가입자들이 몰려든 것과 유사하게, 과기정통부의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으로 5G 대신 LTE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은 속도 측면에서 LTE가 5G의 충분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6G 상용화 시점이 아직 한참 남은 점도 통신 3사에 부담이다. 올해 초 과기정통부는 6G 상용화가 이르면 2028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UAM 등 신사업으로 영역 확장… 성과는 아직

통신 3사는 비(非)통신 사업으로 눈을 돌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AI 솔루션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도심항공교통(UAM) 세계 1위 기업인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1360억원)를 투자하면서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섰다. KT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사업 전략에 따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하거나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과 협약을 맺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문제는 통신 3사가 추진하는 신사업이 당장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용화가 아닌 투자 단계인 만큼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통신 3사가 5G 관련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선 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전망이다. 현재 국내 5G는 3.5㎓(기가헤르츠)를 주 대역폭으로 삼고 있는데, 5G 핵심 주파수인 28㎓의 ‘초지연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UAM, 자율주행 등의 사업화가 기술적으로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SK텔레콤은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를 구현할 28㎓ 주파수를 반납했다. 김용희 교수는 “반응속도가 중요한 자율주행 차량이나 UAM은 지연성이 없는 28㎓ 주파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