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최근 글로벌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4분기까지 감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도 감산 여부와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일부 지역에서는 D램, 낸드플래시의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가 예상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대적으로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수요 조사를 단행했다. 현재 주요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 현황과 내년에 필요한 공급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지속 여부와 규모에 대한 최종 결정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 내릴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부터는 일부 시장에서 D램, 낸드플래시 제품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경영진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중국 시장에서 이 같은 공급부족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동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고객사 재고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면서 내부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재고 축소를 위해 D램, 낸드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재고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가격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며 “그동안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었던 낸드플래시의 경우 애플과 단가 협상이 유리하게 체결되면서 앞으로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체 D램 매출의 30~40% 수준을 차지하는 서버용 D램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북미 대형 고객사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졌던 메모리 ‘염가 판매’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얘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건전화 추세와 메모리 감산 폭 확대에 따른 공급 축소 등을 고려해 최근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며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급 개선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도 감산 규모를 지속할 경우 내년에 메모리 공급부족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4분기부터 일부 메모리 제품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 가격은 최소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하거나 최대 5%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 업체들의 메모리 감산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트너는 “오는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재고는 ‘부족’으로 전환됨에 따라 D램 가격은 3분기 대비 최대 17.8%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