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 기준 국내 3위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032640)가 2위 KT(030200)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두 회사 간 가입자 수 차이는 약 40만명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수 확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알뜰폰 회선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2위 자리를 지키려는 KT와 이를 빼앗으려는 LG유플러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통신 3사의 전체 가입 회선은 SK텔레콤 3118만6217개(39.2%), KT 1703만8263개(21.4%), LG유플러스 1660만9772개(20.9%), 알뜰폰 1469만6895개(18.5%)로 나타났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는 42만8491개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그래픽=정서희

◇ LG유플러스 ”3위 벗어나자”… LTE는 이미 KT 앞질러

LG유플러스는 수익성이 낮은 IoT와 알뜰폰 회선을 늘려서라도 이동통신 3위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월 약 5000원의 IoT 회선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내 실시간 교통상황(TPEG) 등에 사용되는 차량관제, 생활가전 및 월패드, 로봇 등에 활용하는 원격관제, 카드 결제 단말기에 탑재하는 카드 결제 등을 포함한다. LG유플러스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판매되는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든 차량에 대해 독점적으로 무선통신 회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출시될 도요타의 전 차종에도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물류 기업 등이 보유한 스마트 팩토리에도 IoT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스마트팩토리 사업으로 20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3년 뒤에는 매출을 1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알뜰폰 회선 확보도 KT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SK텔레콤의 알뜰폰 회선 수는 49만1348개로 1월(50만5090개)에 비해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의 알뜰폰 회선 수는 49만4364개에서 56만1589개로 13.6% 늘었고 LG유플러스는 58만3101개에서 67만6432개로 16%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다만, 알뜰폰 회선 역시 통신사의 망을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나 KT가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사업 확장에 힘을 주는 사이 LG유플러스는 본연의 사업인 통신 분야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꾸준히 확보한 IoT와 알뜰폰 회선 덕분에 LTE 가입자 수로는 이미 KT를 추월했다. 통상적으로 IoT와 알뜰폰 회선은 대부분 LTE 요금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올해 1월 LG유플러스의 LTE 회선 수는 984만6499개로 KT(817만3822개)와의 차이가 약 100만개였다. 하지만, 7월에는 KT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7월 LG유플러스의 LTE 회선수는 1020만431개로 KT(776만1665개)와의 격차가 약 240만개로 커졌다.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뉴스1

◇ 이동통신 3위 탈피 시 브랜드 가치 향상 기대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가 IoT와 알뜰폰을 기반으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당장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입자들이 결합할인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통신사의 다른 상품도 이용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4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통신사 선택 이유로 ‘결합할인’을 응답한 비율은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인 38%였다. 예컨대 특정 통신사의 모바일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할인을 위해 같은 기업의 인터넷 상품까지 가입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수 증가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장기간 유지해 온 3위 업체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잠재적인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리 확보해 둔 가입자 수가 다른 사업에도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가입자 수를 늘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돈 되는 ‘5G’에서는 여전히 3위

수익성이 크지 않은 IoT와 알뜰폰으로 가입자 수를 확보한 만큼 LG유플러스의 약진이 의미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5G 회선에서는 KT와의 격차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준 5G(5세대 이동통신) 회선은 SK텔레콤 1482만7230개, KT 931만1373개, LG유플러스 668만879개로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가 여전히 큰 상태다. 5G 가입자 수는 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로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올해 2분기 LG유플러스의 ARPU(2만8304원)는 5G 가입자 수 둔화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통신 3사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3사간 통신 품질이 평준화된 현 시점에서 가입자 수 경쟁을 따지는 트렌드가 사라졌다 보니 업계에서 큰 이슈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긍정적인 상황이긴 하나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