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네이버웹툰 AI 리드(이사)./ 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 웹툰 작가 A의 그림체로, 춤추는 남자의 모습을 하나 그려줘.”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웹툰 작가의 그림체를 AI가 흉내내는게 가능해졌다. 웹툰을 무단으로 크롤링(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행위)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은 이같은 ‘AI 웹툰 도둑’을 잡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그림에 AI로 조작을 가해 제3자가 AI 훈련용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의 픽셀값을 바꾼뒤 AI 모델에 투입하면,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이외에도 네이버웹툰은 AI 저작권 보호 기술 ‘툰레이더’ 등 AI 기술을 바탕으로 AI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김대식 네이버웹툰 이사(AI 리드)는 지난 8일 경기 판교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네이버웹툰의 향후 AI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김 이사는 “재담미디어는 지난 7일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작가의 만화책 4174권을 AI에 학습시켜 이 작가의 그림체를 구사하는 AI를 공개했다”라며 “웹툰 작가의 저작권이 AI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네이버웹툰은 사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네이버 웹툰 데이터에 조작을 가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지 생성형 AI의 입장에선 오염된 데이터를 만들 것이다”라며 “이러한 데이터는 AI 학습에 이용할 수 없다. 아무리 AI에 학습시키려 해도 제3자가 원했던 그림의 형태가 아닌 그림만 결과값으로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에 불과하다. 내년 중 1차 버전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2007년부터 국민은행에서 은행 자금 조달 업무를 7년간 했다. 그러다 2014년 퇴사하고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과 입학해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2017년엔 AI 영상 분석 스타트업 비닷두를 창업했다. 비닷두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S2F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는데, 2020년 1월 네이버웹툰이 비닷두를 인수했다. 2020년 11월 네이버웹툰은 김 이사가 사업을 이끄는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처음에 10명 남짓이었던 AI 조직은 현재 60여명 규모까지 성장했다.

네이버웹툰 AI 조직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웹툰 생태계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보호는 회사의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예컨대 네이버웹툰 AI조직이 자체 개발한 AI 저작권 보호 기술 ‘툰레이더’는 웹툰 불법유통 피해액을 현저하게 줄이고 있다. 피해액은 2021년 기준 8427억원에 달한다. 김 이사는 “툰레이더는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기술이다”라며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를 통해 웹툰을 무단으로 복사해 불법 유통한 아이디가 네이버웹툰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 2000억~3000억 원 정도씩 피해 규모를 줄이고 있다”라고 했다.

AI 조직은 웹툰 작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술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AI가 사람 대신 자동으로 웹툰 그림 채색을 도와주는 ‘웹툰 AI 페인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AI 페인터가 채색한 누적 작품 수는 72만장에 달한다. AI를 통해 작업 시간이 30~5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네이버웹툰은 AI를 통한 생산작업 효율화에 있어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웹툰 작가와 독자들이 ‘AI 웹툰 보이콧’ 운동을 진행하는 등 AI로 인해 작가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웹툰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며 AI와 관련한 걱정 등 피드백을 듣고 있다”라며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인 만큼 다시 기술의 방향성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