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네이버 제공

‘한국판 챗GPT도 승산이 있을까’

네이버가 챗GPT 대항마로 한국어 특화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다음달 24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의 GPT-4나 구글의 팜2(PaLM2) 대신 국산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가 실제 외산 대규모언어모델(LLM)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련 쟁점들을 짚어봤다.

① 한국어 특화 LLM이 강점?… “국내 기업도 해외진출 위해선 외산 LLM 필수”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학습량이 오픈AI의 GPT-3 대비 6500배라며 새 언어모델이 ‘한국어 특화 LLM’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LLM 업체의 주요 고객 대부분이 기업간거래(B2B) 분야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둘 경우 ‘한국어를 가장 잘하는 AI 모델’은 차별점이 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픈AI의 AI 모델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네이버가 블로그, 지식인 등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어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킨 만큼 하이퍼클로바의 한국어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네이버의 한국어 특화 AI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으나,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면 해외에서 호환성이 높고 보다 다양한 언어에 특화된 해외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챗GPT를 플랫폼에 적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오픈AI는 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애저 클라우드로 서비스가 구동된다. 세계 어디서나 탄탄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AI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보장된다”며 “반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인프라 측면에서 아직 그만큼 글로벌 장악력이 없기에 안전하게 세계 어디서나 이 서비스가 구동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라고 했다.

업계에선 “하이퍼클로바X 사용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지 않다면, 기업 입장에선 굳이 한국어 특화 LLM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하이퍼클로바X 관련 가격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 한글과컴퓨터 본사./뉴스1

② “MS 대항하는 한컴 오피스급으로 키워줄까”

현재 구글과 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AI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자국 AI 모델 개발은 국가의 AI 주권과 맞물리게 됐다. AI 시장을 외산 AI가 독점하게 되면 자국 데이터가 해외 기업 클라우드에 저장되게 되는 만큼, 국가 역시 자국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손놓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정부의 자국 AI 우대 정책의 수혜를 입어 국내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했다. 국가가 AI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제공하고, 국가기관에선 외국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의 AI 모델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등 4개 국산 LLM 개발 기업을 선정해 44개 공공기관과 81개 중소·스타트업에 AI를 접목하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글과컴퓨터는 MS 워드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한글과컴퓨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지원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AI 모델 역시 외국 기업만이 시장에 남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네이버 등 기업을 지원하면서 일정 수준의 고객사와 매출은 안정적으로 확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③ 제3국 AI 수출 가능 여부 중요

네이버는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로 ‘소버린 AI(Sovereign AI)’를 내세우고 있다. 소버린 AI란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데이터가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 주권 확보를 보장하는 AI로, 주로 현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각국 정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미국의 데이터 통제를 우려하는 해외 정부를 소버린 AI 기술을 앞세워 선점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앞서 지난 5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정치적으로 예민한 관계에 놓여 있는 아랍 국가나 자신의 정치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AI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고 싶어 하는 비영어권 국가인 스페인, 멕시코가 (네이버의 AI 모델 제공) 대상이다”라고 했다. 실제 지난 3월엔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주한 UAE 대사가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하이퍼클로바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는데, 네이버는 이러한 제3국과의 소통 접점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의 경우 네이버의 기술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AI 주권 찾기, 데이터 보호 차원에서 제3국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미국 제외 이러한 LLM을 제대로 개발한 국가가 몇 안 되고 한국은 K팝 문화 등을 계기로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교류도 많아졌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볼 확률이 높아졌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