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북문을 지나 B홀로 향하는 길목에 삼성전자 '언팩' 행사를 예고하는 광고판이 서 있다./박수현 기자

“오늘이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 어젯밤 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요.”

26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앞.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삼성전자 ‘언팩’ 리허설을 진행 중인 가운데 20~30명의 외국인들이 포토월 앞에 모여 앉아 있었다. 손에 보라빛 스마트폰 케이스를 끼우고 있거나, 머리와 손목에 보라색 장식을 하고 있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휴가차 한국을 방문했다는 다니엘(24)은 “비행기를 타기 전 조금이나마 쉬기 위해 일정을 비워뒀는데 운이 좋았다”며 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갤럭시S20 시리즈 등 제품의 광고 모델로 BTS를 기용해 왔다. 올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언팩에선 행사 영상 중 BTS 멤버 지민(본명 박지민)이 등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슈가의 이날 언팩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답을 드릴 수 없다”며 “리허설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앞에 삼성전자 '언팩' 행사를 위한 포토월이 마련돼 있다./박수현 기자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Z 플립·폴드5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8시 코엑스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언팩을 열고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과 함께 갤럭시워치6, 갤럭시탭S9 등 자사 모바일 제품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신규 라인업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며, 삼성전자 중요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제품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폴더블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의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조기 출시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부터 서울 코엑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 중국 청두 타이쿠리 지역,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카야오 광장 등 국내외 주요 지역에서 ‘갤럭시 언팩 카운트다운’ 디지털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축구선수 손흥민을 갤럭시 브랜드 홍보대사로 발탁하며 ‘유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손 선수는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당시 미공개 제품인 갤럭시워치6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이목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슈가가 ‘깜짝’ 등장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언팩 개최 장소를 공개한 뒤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BTS 멤버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사진을 올려왔다.

삼성전자는 행사 일정 외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해외 IT 전문 매체와 팁스터 등의 유출을 통해 대부분 제품의 스펙과 디자인은 공개된 상태다. 최대 관심작인 갤럭시Z 시리즈에 대해 업계는 삼성전자가 물방울 모양의 힌지(경첩)를 도입해 경량화를 이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방울 모양 힌지를 도입하면 기기를 접을 때 디스플레이가 힌지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화면간 빈틈이 사라진다. 화면간 이격이 사라지면 플립·폴드5는 전작 대비 접었을 때 두께가 약 1~2㎜ 가량 얇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기를 접을 때 힌지의 축이 이동하면서 접히는 부분이 동그랗게 말리는 물방울 모양 힌지 특성상 화면의 주름도 전작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먼지 유입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물방울 모양 힌지 채택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를 보완할 기술을 개발하면서 갤럭시Z 플립·폴드5에 도입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경우 플립·폴드5는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방진이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앞서 자사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밀리미터 두께의 차이는 사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세밀한 변화에도 고도화된 공학 기술과 장인정신이 담겨 있다” “휴대성을 높여 그 어느 때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더욱 견고한 폴더블을 만들기 위해 혁신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품별로, 플립5는 기존보다 큰 외부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크기를 1.9인치에서 3.4인치로 2배 키워 기기를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 커진 화면으로 활용 가능한 기능으로는 유튜브 시청, 메시지 입력 등이 있다. 폴드5는 힌지 개선과 경량화 외에는 큰 변화가 예고되지 않은 상태다. 폴드 신작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모은 ‘S펜’ 탑재도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S펜을 수납할 수 있는 전용 외부 케이스가 공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출고가는 전작 대비 5만~10만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립5의 가격은 140만원대부터, 폴드5는 209만원부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2021년 플립·폴드3 출시 이후 출고가를 내려왔으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부품가 인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신제품부터 출고가를 올리는 추세다.

26일 오전 삼성전자 관계자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앞 바닥에 '언팩' 행사 참석자들의 동선을 돕기 위한 화살표를 붙이고 있다./박수현 기자
26일 오전 삼성전자 '언팩' 행사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앞에서 직원들이 리허설을 위해 모이고 있다./박수현 기자

업계는 모바일 제품 신작 효과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실적을 견인해온 반도체(DS) 부문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지난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면서 MX(모바일경험) 부문이 이를 상쇄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판매가 6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5%, 16%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