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PIM(위), SK하이닉스 HBM3(아래). /각 사 제공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 회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에 필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HBM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두 회사는 챗GPT 열풍과 함께 폭증하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에 발맞춰 증설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D램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생산단가와 공정상의 비효율성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폭증하는 HBM 수요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규모에 대해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HBM은 이미 AI용 메모리로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정작 HBM의 생산 프로세스가 아직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두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다.

우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HBM을 완제품 형태로 고객사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을 절반만 패키징한 상태로 대만 TSMC에 납품하고 있다. TSMC가 이 칩을 받아 HBM과 로직칩을 인터포저(Interposer)에 붙이고 이 인터포저를 칩 기판에 다시 직접 붙이는 방식으로 HBM 탑재가 완성된다. 인터포저란 HBM과 로직칩을 2.5D나 3D 구조로 직접 붙일 수 있도록 고안된 별도의 미세회로 기판이다. HBM의 경우 로직칩이 위치한 기판에 단순히 붙이기만 하면 되는 기존 S램(SRAM)과 달리 2.5D 방식으로 칩을 적층해야하기 때문에 인터포저를 따로 그려넣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는 HBM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며, 범용 D램과 같이 제품이 대중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HBM 공급 방식은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TSMC의 경우 엔비디아, AMD로부터 칩 생산 수주를 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메모리 제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HBM을 비롯한 AI 칩 파운드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TSMC의 2.5D 인터포저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인터포저가 전체 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고속 직렬·병렬변환기(SerDes) 집적회로를 탑재, 로직칩과 메모리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을 비롯해 인터포저를 완전히 없애는 실험적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 생산 공정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HBM은 D램에 수천개의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잇는 TSV 기술이 가장 핵심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D램에 비해 높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은 상당 부분의 생산공정이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여 표준화된 D램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HBM의 핵심인 TSV 공정의 경우 다른 패키지 작업과 달리 D램을 수직으로 쌓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솔더 범프(Solder Bump)를 형성하는 과정을 웨이퍼(반도체 원판) 레벨에서 진행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