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이 설비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올해 3분기까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도 당분간 매출 감소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기업용 SSD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가격이 13~18%, 3분기에는 5~10% 사이의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1분기에도 기업용 SSD 가격은 13~18% 수준의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에 스토리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매출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는 SSD를 비롯한 하드웨어를 구매한 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에, SSD 시장과 소프트웨어 시장이 유사한 성장률을 보이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데이터센터 시스템 시장에서 ODM의 매출은 53억1400달러(약 6조795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 감소했고, 델 EMC의 매출은 25억5800달러(약 3조2052억원)로 13.1% 줄었다. 3위인 넷 앱의 매출은 6억1000만달러(약 7820억원)로 16.4% 감소했다.
기업용 SSD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와 솔리다임도 매출 감소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약 46%의 점유율로 1위, SK하이닉스는 약 19%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기업용 SSD 매출은 8억100만달러(1조278억원)로 전 분기 대비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 매출은 4억5800만달러로 36% 이상 감소했다. 비슷한 흐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SD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솔리다임은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을 포함한 종속기업 ‘SK하이닉스 낸드프로덕트솔루션스그룹’은 지난해 인수합병 비용으로 3조3256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SSD 내부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나 YMTC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YMTC는 올해 2분기 자사의 낸드플래시 가격을 5%가량 올렸다. 중국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YMTC의 SSD 모델인 ‘즈타이’가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업용 SSD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중국이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비용 지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은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SSD에 적용될 낸드플래시 층수를 높이는 등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