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은 불황이지만 기업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워크스테이션 시장 ‘빅3′로 불리는 HP·델·레노버가 AI, 가상현실(VR) 등의 수요를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올 하반기 기점 워크스테이션 본격 성장”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워크스테이션 출하량은 올 1분기 1만5000대에서 올 4분기 2만1000대까지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VR 등의 분야가 성장하면서 고난도 작업에 최적화된 업무용 PC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스테이션은 연산, 공학 분야 설계, 통계 처리, 금융자료 분석, 그래픽 작업 등에 쓰이는 기업용 컴퓨터다.
올해 소비자용 PC 시장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국IDC는 올해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4.1% 줄어든 2억508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2분기에는 출하량이 점차 회복되지만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성장세는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기기와 AI, VR 등 고성능 컴퓨팅 작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워크스테이션 기업들은 더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용 PC 시장의 성장은 미미한 가운데 AI 연산 작업 수요로 워크스테이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인 만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 HP ‘작업 안정성’vs델 ‘보안 강화’vs레노버 ‘코어 수 확대’
현재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은 HP, 델, 레노버가 경쟁하는 구도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HP는 50.7%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델이 약 30%의 점유율로 2위, 레노버는 10%대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이와 비슷하다.
세 기업은 워크스테이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HP는 지난달 2개의 전원공급장치를 한 번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작업 안정성을 높인 워크스테이션 신제품 ‘Z8 퓨리 G5′를 출시했다. 하나의 전원공급장치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기더라도 나머지 하나의 전원공급장치가 역할을 대체해 작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500만~2000만원 사이다. HP는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출퇴근을 병행하는 것) 환경에 특화된 워크스테이션 생산을 위해 영상장비 전문업체 ‘폴리’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테라디시’를 인수했다. 고성능 컴퓨팅 기능과 원격 회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델은 지난 4월 제어 편의성과 보안 성능을 높인 ‘프리시전 워크스테이션’을 내놨다. 이 제품에는 단일 인터페이스로 디스플레이와 주변 기기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제로 트러스트(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검증한다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구현하는 보안 패러다임)’ 접근 기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보안 기능도 제공된다. 하드웨어와 펌웨어 단계에서 공격으로 인한 결과물의 변조를 막고, 카메라나 캠을 해킹해 화면을 훔쳐보는 행위를 막는 ‘세이프스크린’ 기능 등이 적용됐다. 가격은 사양별로 250만~400만원 사이다.
레노버는 지난달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수를 늘린 워크스테이션 신제품 ‘씽크스테이션’을 공개했다. 최상위 모델인 씽크스테이션 PX에는 코어를 120개까지 늘린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RTX 6000 에이다 제너레이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착돼 있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320만원부터다. 레노버는 애니메이션 기업 드림웍스,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을 비롯한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 인지도를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