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FC-BGA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한 부산사업장./삼성전기 제공

국내 양대 전자부품 회사인 삼성전기(009150)LG이노텍(011070)의 ‘큰손’ 고객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IT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8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종속기업(이하 삼성전자)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약 8309억원)로 파악됐다. 지난해 1분기 비중인 32.9%(약 8608억원)보다 8.2%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2021년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29.7%(약 7044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3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LG이노텍도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LG이노텍이 애플향 수주로 벌어들인 매출은 3조3502억원이었는데 전체 매출(4조3758억원)의 7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애플이 차지한 비중인 73%에서 3%포인트(P) 증가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최대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중국에서 640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9708억원)에 비해 34%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은 중국에서 755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6.2% 줄었다.

삼성전기는 샤오미를 비롯한 스마트폰 업체에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공급하고 있는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중국 내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차량용 조명을 비롯한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도 중국 현지 매출이 감소했다.

LG이노텍이 제작한 FC-BGA 기판./LG이노텍 제공

두 기업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올 1분기 실적 감소폭이 비교적 작은 것도 의존도가 커진 이유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31조8200억원, 영업이익 3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0.12% 늘었다.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이 넘게 난 영업손실을 MX 사업부가 메웠다. 애플도 올해 1분기 매출 948억4000만달러(125조8000억원), 241억6000만달러(32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 3.4% 감소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대 고객사의 매출 비중이 늘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14 생산 차질이 발생,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2014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59%에 달했는데, 오포나 비보를 비롯한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의존도를 20%대로 낮췄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IT 시장 위축의 영향으로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 최대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부품과 서버용 반도체 기판을 비롯한 고부가 제품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라이다를 비롯한 전장용 부품과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등을 위주로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