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세종시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네이버 제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데이터센터 설계·운영은 전력 소모가 큰 공랭식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랭식 시스템은 서버 등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 냉매를 활용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 3분기 세종시에 완공하는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각 춘천’에 이어 공랭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세종은 일부 한층 만을 제외하고 모두 공랭식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 세종은 세종시에 약 29만㎡ 규모 부지로 축구장 41배 규모다. 네이버의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춘천 각의 6배 크기로 건설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가동한 춘천 각도 공랭식 시스템을 적용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세종 데이터센터는 공랭식과 수랭식을 같이 병행해서 쓰는 시스템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춘천과 각 세종은 일반적인 공랭식 냉매가 아닌 외기를 선풍기처럼 불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특히 춘천이 서울보다 2도 정도 낮아 에너지 효율이 좋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도 올해 말 완공해 내년부터 가동 예정인 안산 데이터센터의 경우 공랭식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각의 (시스템) 방식은 다양한 입지 환경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사항으로, 안산의 입지 여건 상 적합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며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해 냉수식 프리쿨링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이와 함께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통합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조감도./카카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공랭식 대신 수랭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적용하는 추세다.

물로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냉각하는 수랭식 시스템은 에어컨 공기를 사용하는 공랭식보다 약 2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구글의 경우 데이터센터에 수랭식 시스템을 확대, 2021년에만 약 3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국내 기업 중에선 KT(030200)가 지난 2021년 목동·분당·강남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수랭식으로 개선했다. 지난 2020년 용산 데이터센터에도 냉수식 프리쿨링 등 신기술을 도입해 전기요금을 20% 이상 절감했다.

삼성SDS 동탄 데이터센터./삼성SDS 제공

삼성SDS도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동탄 데이터센터에 수랭식 시스템을 적용하고, 수랭식보다 최신 기법인 액침냉각 시스템(전도율이 높은 특수액체를 통해 온도를 낮추는 기술)까지 도입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ESG를 강조하면서, 정작 전력 절감 노력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현재 국내 전기 사용량의 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서버에 탑재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CPU(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이 계속 올라가면서 전기를 더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고밀도 환경의 슈퍼컴퓨팅을 사용하는 곳을 제외하고 수랭식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수랭식 시스템의 초기 구축 비용은 공랭식보다 많이 들지만, 전력 절감 효과를 통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막연하게 안전성 등에서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