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컴퓨팅·IT 전시회 컴퓨텍스 2023 현장에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타이페이=김민국 기자

“노트북 신제품을 보러 방문했는데, 제품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술에 더 눈길이 가네요.”

31일(현지시각) 오후 대만 타이페이 난강 전시장에서 진행된 아시아 최대 컴퓨팅·IT 전시회 ‘컴퓨텍스 2023′에서는 AI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26개국 1000여개 기업이 부스를 차리고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컴퓨텍스 2023은 ‘함께 창조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슬로건으로 고성능 컴퓨팅, AI 응용프로그램, 차세대 통신, 하이퍼 리얼리티, 혁신과 스타트업,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이달 2일까지 진행된다.

에이서가 개발한 의료용 안구 촬영 기기 '베리씨 닥터' /타이페이=김민국 기자

참가기업들은 저마다 AI 기술력을 자랑했다. 종합 전자기기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PC 회사 에이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의료용 카메라를 통해 안구 혈관을 촬영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AI가 감지, 질병을 예방한다. 에이서 관계자는 “현재 대만 내 병원에서 실제 사용 중인 제품”이라며 “인도와 같은 시장으로 공급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MSI는 노트북 신제품에 AI를 기반으로 한 엔진을 적용했다. AI 엔진이 문서 작성 시에는 화면을 어둡게 해 배터리 소모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영화를 볼 때는 최대한 밝은 빛이 나도록 해준다. AI가 사용자의 노트북 사용 패턴을 학습한 뒤, 그에 맞는 설정으로 자동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MSI의 AI 엔진이 노트북의 밝기를 조절하는 모습. /타이페이=김민국 기자

애즈락은 데이터 센터의 AI 연산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랙’을 선보였다. 랙은 CPU, GPU, D램 등 서버나 네트워킹에 쓰이는 부품을 고정하는 프레임을 말한다. 애즈락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각각 최대 10개까지 적용해 AI 연산의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랙을 공개했다. 여러 기업의 부품을 하나의 랙에 적용할 수 있는 호환성도 장점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모두 하나의 랙에 꽂아놔도 작업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애즈락의 랙 신제품./타이페이=김민국 기자

슈퍼마이크로는 데이터센터의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작업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스토리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열하는 ‘빌딩 블록 서버’ 기법으로 AI 작업의 품질을 높이는 식이다. 현재 인텔, AMD를 비롯한 고객사가 슈퍼마이크로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인텔 CPU 7개를 이어붙여 AI 연산 작업을 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슈퍼마이크로 관계자는 “CPU나 GPU가 최상의 성능을 내길 원하는 고객사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텍스 2023 관계자는 “이제 IT 기업들에게 AI 기술은 단순히 제품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AI 기술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산업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