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당시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의 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졌다./뉴스1

카카오(035720)가 설비투자액(CAPEX)을 빠르게 늘리면서, 잦은 장애로 붙여진 ‘먹통 서비스’란 오명을 벗을지 주목된다. 설비투자액은 데이터센터(IDC)와 서버 유지보수 등 각종 유·무형자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6422억원으로 최근 3년 새 3배가 증가했다. 지난해 네이버의 설비투자액(7558억원)과 1000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카카오의 설비투자액은 2019년 2052억원, 2020년 2136억원으로 당시 네이버(2019년 4899억원, 2020년 646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2021년부터 카카오의 설비투자액은 3502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6000억원대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카카오의 설비투자액이 빠르게 증가한 이유는 자체 데이터센터 설립 등 전산 인프라 고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없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가 네이버와 비교해 잦은 서비스 장애에도 대처 등이 늦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카카오톡을 포함해 여러 계열사들의 서비스 장애 오류가 자주 발생하지만, 근본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페이 송금·결제 서비스 등 주요 서비스가 수일 동안 장애를 겪었다.

반면 데이터센터 화재를 겪은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일부 기능에만 장애가 생긴 정도에 그쳤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되기까진 127시간 33분이 소요됐고, 네이버는 12시간 만에 장애를 해결했다.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강원도 춘천에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사 시 복구를 위한 이중화와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갖췄다. 네이버는 올해 말 세종시에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네이버에 자극을 받은 카카오의 설비투자액은 향후 몇년 동안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액은 9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 늘었다.

카카오는 올해 말 안산에서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시흥에 제2 데이터센터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산 데이터센터를 통해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 인프라 하드웨어 설비부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전체 시스템을 다중화하고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산 데이터센터는 올해 완공이 완료돼 내년부터 가동 예정”이라면서 “시흥 데이터센터의 경우 용지 확보를 위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