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연설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체제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 지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애플의 IT용 OLED 기기 출시와 함께 확장현실(XR) 기기 보급,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OLED 시장이 신성장동력을 장착했고, 올해부터는 OLED TV 시장 역시 삼성전자의 진출과 함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스마트폰 분야에만 주로 활용되던 OLED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슈퍼사이클(장기호황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JY, 삼성 내 손꼽히는 디스플레이 전문가”

22일 삼성그룹 안팎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장 부임 이후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 전략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격인 에스엘씨디(S-LCD)의 등기이사를 지냈던 이 회장은 삼성 내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OLED 기술을 주목해온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소니가 자체 패널 제조 사업을 철수하고 10인치대 OLED 패널을 발표하던 시기부터 해당 기술을 눈여겨봐왔으며 삼성 내에서도 이 분야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면서 “삼성이 OLED와 관련해 아낌없는 투자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의 OLED 업체 이매진(eMagin)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이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매진의 주식을 인수하는 내용의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투자금은 2억1800만달러(2900억원)로,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10%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매진은 2001년부터 미국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생산해 다양한 응용처에 납품하고 있다. 항공기 헬멧이나 야간 투시경 등 무기 시스템부터 증강·가상현실(AR·VR) 등 확장현실(XR) 디스플레이 기술에 특화한 업체다. 특히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기존 OLED보다 낮은 소비전력과 휘도(화면 밝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차세대 XR 기기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OLED 분야 삼성 지배력 커졌다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래 기술 경쟁력은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구개발(R&D) 조직이 더 힘을 받고 있으며 최근 이매진 인수를 계기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XR 디스플레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T용 OLED 분야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시장 표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8.6세대 IT용 OLED 생산을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OLED 분야에서 8.6세대 공장은 사상 최초로, 기존 6세대 공장에서 거의 모든 장비 규격을 바꿔야하는 모험적인 시도다.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적으로 투자의 적정성과 효율성, 위험성 등을 검토하고 고민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 회장이 IT용 OLED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태블릿 OLED 패널 예상 출하량은 530만대로, 지난해(430만대) 대비 23.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옴디아는 전장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2020년 5615만달러(약 730억원)에서 2027년 12억달러(1조5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