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관계자들이 2018년 11월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 위치한 기지국에서 5G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점검을 진행했던 모습. /뉴스1

정부가 국내 통신 3사에게 할당했다가 회수한 5G(5세대 이동통신)용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에 대한 신규 사업자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할 업체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최근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친 미국 스페이스X의 한국 자회사 스타링크코리아와 주파수 할당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5G 28㎓ 주파수 신규 사업자 모집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 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신규 사업자 모집에 나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할당 취소된 5G 28㎓ 대역에서 전파법에 따른 할당 절차를 거쳐 5G 28㎓ 주파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는 스타링크가 국내 제4 통신사 진입과 그에 따른 5G 28㎓ 주파수 수요를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국내 사업자가 위성 등을 활용한 통신 사업을 운영 중이고, 최근 한국 자회사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5G 28㎓ 주파수는 통신사들이 5G 서비스에 주력으로 사용하는 3.5㎓ 주파수 대비 속도가 최대 20배 빠르다. 통신사들이 2018년 5G 출시를 기념해 ‘LTE 대비 20배 더 빠른 속도’를 내세운 배경에는 5G 28㎓ 주파수가 있다. 하지만 장애물을 만났을 때 굴절률이 낮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설비투자 비용이 기존 3.5㎓ 주파수 대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5G 28㎓ 주파수가 대형 콘서트장, 경기장, 대규모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만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통신 3사는 각사마다 2070억원이 넘는 5G 28㎓ 주파수 할당대가를 납부한 상황에서도 망 구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난 12일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통신 3사에 대한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스페이스X 대표. /연합뉴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최종적으로 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 취소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28㎓ 대역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통신 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에 따라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다. 통신 산업은 주파수를 할당 받고 이후 망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의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추가적인 유지보수 비용도 발생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을 내고 포화 상태인 통신 시장에 들어올 사업자가 국내에는 없을 것 같다”라며 “스타링크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평가다”라고 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만큼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통신 사업 확대를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스타링크는 이미 위성 통신 서비스를 위해 28㎓ 대역 주파수를 미국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전 세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스타링크 입장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5G 서비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시장으로 새로운 통신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베드(시험대)다.

다만 스타링크 입장에서도 5G 28㎓ 주파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통신망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국내 통신 상황과 통신 사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스타링크의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스타링크와 5G 28㎓ 주파수 할당 등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5G 28㎓ 주파수 할당은 할당공고를 통해 공식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