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사장. /LG이노텍 제공

국내 양대 전자부품 회사인 삼성전기(009150)LG이노텍(011070)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력 제품 생산량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 중립에는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45만8723톤(tCO2e, 온실가스 톤)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매년 6월 보고서를 통해 전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지난해 35만3279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전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두 회사 모두 생산량 증대와 사업 확장 등의 요인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는 2021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력 제품의 수요 증가로 생산량이 늘었다. 2021년 삼성전기는 MLCC 등 수동 소자를 1조2188억개 생산했는데, 전년 대비 20.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모듈류 제품 생산 실적은 147만개로 21.7% 증가했다.

삼성전기 수원본사

LG이노텍의 경우 지난해 6월 LG전자 구미 공장 인수로 카메라모듈과 반도체 기판 등의 생산량이 증가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었다. 지난해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생산량은 4억3700개로 전년 대비 7.3%, 반도체 기판 생산량은 84만개로 전년 대비 11.8%가량 늘었다.

앞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기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을 통해 2050년부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LG이노텍도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204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최근 5개년 동안 두 업체가 배출한 온실가스 양은 대체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LG이노텍은 2018년 33만10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이에 비해 지난해 배출량은 6.7%가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38만4451톤)에 비해 2021년 19.3%가 늘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지난해 3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 위원회를 열고 ‘204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결의한 바 있다. 정 사장은 당시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투자와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지난해 9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필수가 아닌 생존의 영역”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율을 높여 에너지 자원을 적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두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기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생산라인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사업장 내 태양광 발전 설비를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기업들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생산량을 늘리는 게 기업이 해야하는 활동이라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늘어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산업계는 사회 구성원들과 공생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