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를 통합해 'AI 생성 콘텐츠(AIGC) 서비스'를 탑재한 오페라 브라우저의 사이드바 기능./오페라 제공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간 인공지능(AI) 챗봇 탑재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검색엔진 뿐 아니라 웹브라우저 자체에 AI 챗봇 기능이 들어가고 있다. MS가 엣지에 관련 기능을 탑재한데 이어 중소형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구글 크롬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오페라, 브레이브 등 후발 주자들은 AI 챗봇 기능을 서둘러 내놓으면서 빅테크와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AI 챗봇이 정보를 요약하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10일 웹브라우저 기업 오페라(Opera)에 따르면 오페라는 오픈AI의 챗GPT를 통합해 ‘AI 생성 콘텐츠(AIGC)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가 데스크톱 화면 우측에 있는 사이드 바를 눌러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오페라는 브라우저 창에 ‘축약(shorten)’ 검색 기능도 도입했다. 검색 창에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고 축약 버튼을 누르면 팝업 형태의 창이 튀어나와 요약을 해주고, 사용자들은 빠르고 쉽게 내용을 훑을 수 있다. 오페라는 검색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AI 기반 기능도 연구하고 있다.

오페라는 최근 게임 전용 브라우저, 웹3.0 브라우저 등 다양한 브라우저 제품을 내놓으면서 크롬이나 엣지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오페라는 1995년 노르웨이에서 설립됐는데, 2016년 중국 IT업체인 쿤룬테크에 12억3000만달러를 받고 팔렸다. 오페라를 앞세운 쿤룬테크는 올해 중국 선전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40% 이상 상승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된 오페라 주가 역시 AI 서비스 도입 발표 이후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송 린 오페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생성형 AI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구글 바드와 같은 솔루션이 빠르게 출시되면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웹 브라우저가 내놓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웹브라우저 브레이브(Brave)도 AI에 기반한 정보 요약 기능 ‘섬머라이저(Summarizer)’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브레이브는 “브레이브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간결하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도록 했다”며 “순수 생성 AI 모델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내뱉는 경향이 있는 반면, 브레이브는 웹에 있는 여러 정보 소스를 처리하도록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교육했다”고 밝혔다. 일관된 언어로 보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답변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브레이브 섬머라이저 기능./브레이브 제공

브레이브에 따르면 섬머라이저는 질의 응답, 지침을 따르는 능력(제로 샷 학습), 입력을 다른 말로 표현하도록 설계된 모델 등 서로 다른 작업을 위해 훈련된 세가지 LLM을 사용했다. 특히 섬머라이저는 검색 결과를 요약할 뿐 아니라 데이터 원본 출처를 항상 링크를 통해 인용한다. 조셉 푸욜 브레이브 검색담당 이사는 “보통 AI챗봇이 답변을 직접 조합하는 것과 달리 섬머라이저는 검색 결과 페이지 내용을 가감 없이 요약하고, 투명성과 책임을 위해 원본 링크 주소를 공개하도록 했다”며 “특히 스팸 요소나 혐오 발언을 배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브라우저에 생성 AI를 도입하는 것은 MS가 지난달 처음으로 시작했다. 자체 브라우저 엣지에 사이드바 형태로 작문과 요약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작문은 특정 주제로 e메일, 블로그 포스팅 등 글의 초안을 만들어준다. 정보 전달용부터 유머러스한 글까지 문체도 고를 수 있다. 유서프 메디 M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우리의 목표는 이 서비스를 엣지를 시작으로 구글 크롬 등 모든 브라우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65.4%로 가장 높고, 애플 사파리가 18.7%,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4.5%, 오페라 2.4% 순이다. 지난 2008년 구글 크롬이 출시된 이후 15년 동안 독주했으나 AI 챗봇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디지털 광고의 기반이 되는 검색엔진 사용자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구글이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는 쿠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방침이기 때문에 브라우저의 경쟁력을 갖추는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