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신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열쇠 중 하나로 언급되는 핵심 장비 ‘펠리클(Pellicle)’이 내년부터 삼성전자 최신 공정에 적용되면서 라이벌인 대만 TSMC와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기업 에스앤에스텍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투과율 90%가 넘는 EUV 펠리클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투과율 94%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에스엔에스텍은 현재 목표치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며, 내년 중에는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사양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펠리클 양산을 위한 공장 설립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장비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앤에스텍은 삼성전자가 투자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7월 658억원을 투자해 에스앤에스텍 지분을 8%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펠리클 개발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스앤에스텍은 수년 전부터 EUV 시대 전환에 맞춰 EUV용 블랭크마스크와 펠리클 개발을 진행해왔다.
펠리클이란 포토마스크(반도체 회로 새겨넣은 유리기판)에 먼지가 붙지 않도록 보호하는 얇은 필름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미세먼지나 해로운 물질을 흡입하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 관건은 마스크를 써도 얼굴의 이목구비가 그대로 보일 수 있게 투명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EUV 공정에서 펠리클의 유무 차이는 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EUV 노광공정은 매우 복잡다단하고 섬세한 과정인데 특히 회로가 그려지는 포토마스크의 오염이 수율 저하의 큰 원인이 된다”며 “특히 반도체 회로가 그려지는 포토마스크의 가격이 개당 수억원을 넘나들기 때문에 투과율이 높은 펠리클을 사용한다면 전체적인 생산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수율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펠리클의 투과율이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EUV 장비는 미세한 파장의 빛이 거울에 반사하는 원리로 회로를 그리기 때문에 빛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런 광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펠리클의 투과율 90% 이상을 고집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투과율 90% 이상의 펠리클은 아직 어떤 반도체 기업도 도입하지 못했으며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도 낮은 생산성을 감수하면서 80%대의 투과율을 가진 펠리클을 사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투과율 90% 이상의 펠리클을 개발할 경우 TSMC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