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형 AR기기 '엔리얼 에어' 착용 모습 /박성우 기자

침대나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절여오는 목과 손목의 고통은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을 놓쳐 얼굴에 부딪치는 바보 같은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때쯤이면 누워서도 양손이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엔리얼이 만든 AR글래스 ‘엔리얼 에어(Nreal Air)’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약 2주간 엔리얼 에어를 사용해봤다. 이 제품의 외형은 일반 선글라스와 똑같이 생겼다. 메타 오큘러스 퀘스트2, HTC 바이브, 삼성전자 기어VR 등 보통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제품은 엄청난 두께와 크기로 착용이 불편하고 이동도 어려웠다. 엔리얼 에어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무게도 79g으로 기대 이상으로 가벼웠다. 퀘스트2의 경우 무게만 503g이다.

여정민 엔리얼코리아 지사장은 “AR글라스를 포함한 웨어러블기기는 예쁘지 않으면 평상시 착용하기 어렵다”며 “패션아이템 역할을 해야 하기에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리얼코리아 제공

◇ 언제 어디서든지 ‘나만의 영화관’... 풀HD화질 OLED 장착

엔리얼 에어의 가장 큰 강점은 휴대가 가능한 선글라스형 제품이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착용만 하면 나만의 영화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을 구동하려면 USB C타입 케이블을 스마트폰과 연결해야 한다. 안경다리 끝 쪽에 C타입 단자가 있어 선을 연결하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안경은 좌우로 최대 40도 벌어지고 위아래 위치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착용이 편리하다.

엔리얼 에어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네뷸라’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네뷸라 앱을 실행하면 ▲AR스페이스 ▲에어캐스팅 2가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AR스페이스 실행 모습 /엔리얼코리아 제공

AR 스페이스는 AR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3차원(3D) 운영체제(OS)다. 마치 윈도 바탕화면에서 익스플로어나 크롬을 클릭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처럼 AR 스페이스 안에는 인터넷 검색, 유튜브, 사진보기, 게임 등 여러 앱이 담겨 있었다.

안경을 착용한 채 고개를 돌리면 VR 영상처럼 시선이 움직였다. 다만, 아직 최적화 된 앱 생태계를 갖추지 못해, 번들로 소개된 앱 이외에는 AR 기능을 체감할 수 있는 앱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다.

엔리얼 에어를 가장 많이 즐길 수 있는 기능은 에어캐스팅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미러링해 안경 내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것인데, 최대 201인치 대화면으로 영상이 표출된다.

엔리얼 에어에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해상도는 3840x1080로 풀HD급이고 1677만3000가지의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이 OLED는 소니의 방송국용 ENG카메라 뷰파인더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그만큼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밝기는 400니트 급으로 밝고 색이 진해 빛이 밝은 외부에서도 영상을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특히 엔리얼 에어의 몰입감을 높이는 것은 안경다리에 내장된 입체 스피커 역할도 크다. 지향성 스피커로서 사용자의 귀에는 소리가 들리지만 주변에는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엔리얼 에어를 쓰고 방 불을 끈 후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면, 나만을 위한 영화관이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5의 리모트플레이(원격 접속)를 이용할 경우, 침대에서도 플스5를 즐기는 신세계가 펼쳐졌다.

엔리얼 에어의 모습 /엔리얼 제공

◇ 장거리 출퇴근족에 유리.. 가격은 부담

엔리얼 에어는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는 출퇴근 직장인에게도 유리하다. 실제 버스를 타고 엔리얼 에어를 사용해봤다. 스마트폰을 오래 들고 있으면 목과 손이 뻐근했는데 엔리얼 에어는 착용만 하면 되니 때문에 편했다. 거의 선글라스와 가까운 디자인으로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거의 없었다.

엔리얼에 따르면, 제품 구입자의 70~80%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 스트리밍을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대도시권 광역교통량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출근하는 데 평균 52분, 퇴근 평균 59분 총 111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리얼 에어만 있으면 111분이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엔리얼 에어 기능 영상 /엔리얼 제공

또 엔리얼 에어는 일반 VR 기기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구조가 아닌, 영상 너머로 외부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멀미가 덜하고 돌발상황 등에서 대처가 가능하다.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시에는 어렵지만 커피숍 등 앉아서 제품을 착용할 때는 안경 앞에 빛을 차단하는 라이트 실드 커버를 장착해 더 또렷해진 영상을 볼 수 있다. 빔프로젝트를 켰을 때 암막 커튼을 치는 효과랑 비슷한 구조다.

엔리얼은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국 AR 스타트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엔리얼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AR 글라스 시장에서 점유율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엔리얼 에어의 인기로 시장점유율이 90%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현재 쿠팡 최저가 기준 49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침대에서 간편하게 스마트폰을 즐길 수 있도록 스탠드 등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가격이 2만~3만원쯤이다. 하지만 거치대에 맞춰 몸을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게임을 즐기거나 IT 제품에 관심이 많고 장시간 출퇴근으로 힘든 소비자라면 엔리얼 에어를 추천할 수 있다. 드라마 한편만 보면 퇴근길이 즐거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해 PC 스타일로 사용하는 ‘덱스(Dex)’ 모드와 엔리얼 에어와의 조합이 좋다. 언제어디서든지 가상 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