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까지 데이터센터 화재 진압에 최적화된 전용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네이버 등 대규모 디지털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당국이 살수(撒水) 절차 등 배터리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었다는 비판이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조선비즈 2022년 10월 18일 [단독] 전국 데이터센터 156곳인데, 화재 진압 매뉴얼 없다 참고>
이중기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소방청 등이 참여한 ‘디지털 서비스 장애 조사 결과·시정 요구’ 발표에서 “일반적인 화재는 진압 매뉴얼, 표준 작전 절차 등이 있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화재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감에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화재 대응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현재 표준 작전 절차 의견을 받아서 입안한 상태다. 소방청과 시도 소방관서의 의견을 듣고 매뉴얼 마련 절차를 밟고 있고 내년 1월에는 데이터센터 전용 진압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과 관련, SK C&C와 카카오(035720), 네이버에 대해 시정 요구를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SK C&C에 데이터센터 화재 예방·탐지시스템 구축과 전력공급 생존성 확보를 주문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다중화와 재난 대비 훈련, 이용자 고지 및 피해 구제를 요구했고, 네이버에는 모의 훈련 실시를 조치했다. 이들 3사는 1개월 내 사고 관련 개선 조치와 향후 예방 계획을 수립해 방송통신재난 대책본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날 조사 결과, 시정 요구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발표했다. 이 장관은 “과기정통부에서는 세부적인 사고,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 조사하기보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라며 “앞으로 1개월 내 사업자들의 여러 가지 조치와 향후 계획들이 보고될 예정인데, 전문가, 업계,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재발방지책, 법체계 등 다양한 논의를 한 뒤 종합적인 정책 방안을 내년 1분기까지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번 화재 사태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산업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런 정책적인 방향은 크게 변함이 없다”라며 “다만, 이번 사태로 디지털 서비스 장애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의 양해가 필요하고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작은 업체에 대해서는 진흥을 그대로 유지하되 주요 사업자나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 대해서만 (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래는 이 장관과 이중기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의 일문일답)
─ 과기정통부가 카카오에 다중화 조치를 강제할 방안은 없어 보인다.
(이종호 장관) “과기정통부에서는 세부적인 사고,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 조사하기보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어떤 그런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런 관점에서 봤다고 볼 수 있다. 법 관련해서는 지금 국회에서 상정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가능한 한 이달 안으로 좀 더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에서 최선을 다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내년 1분기 수립할 종합 개선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달라.
“내년 1분기,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으로 1개월 내로 사업자의 여러 가지 조치, 결과 등이 나올 예정이다. 중장기적인 계획도 포함이 된다. 그것을 받은 뒤 전문가, 업계,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어떤 게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그다음에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또 관리해야 하는지, 법체계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정책 방안에 담아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사실상 부가통신사업자와 IDC 사업자를 주요 방송통신사업자급으로 재난관리법 규제망에 넣겠다는 의미인지.
“법체계에서는 아무래도 큰 규모, 주요 사업자에 대해서 그런 법체계가 적용된다고 보시면 되겠다. 진행을 위해서 작은 업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법체계 적용을 적게 받는 그런 모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구 사항이 의무이냐, 실효성, 이렇게 돼 있는데 저희가 지금 조치를 제대로 잘하고 있느냐? 일종의 행정지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강제력은 없다. 다만, 강제력은 없지만 그래도 굉장히 이번 사건이 중요한 사건인 만큼, 장애 부분에 대해서 사업자 쪽에서 성실하게 답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이 어렵다. 납축전지 등 활용을 강제할 생각이 있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저희가 알기로는 가장 확실하게 진화를, 불이 났을 때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물을 뿌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에 그러한 배터리를 쓰게 된다면 어떤 형식으로 물을 뿌릴 수 있는지, 물을 뿌림으로써 생겨나는 또 여러 가지 부가적인 그런, 어떤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또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납축전지 배터리로 바꾸게 되면 살수, 물에 뿌리는 것에 대해서 부담이 없어질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은 관계되는 전문가나 업계,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예방을 잘하고 앞으로 그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논의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
─ 시정 조치 발표가 하루 늦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이번 장애가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던 그런 부분이고 해서 우리가 현 법체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사업자 측에서도 이번 장애의 어떤 중요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호응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발표를 하루 늦게 한 것은 제가 보고 받고 여러 가지 봤을 때 우선 중요한 것이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했다. 피해 복구도 하고 선제적으로 또 어떤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것을 준비하다 보니까 시간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고 그렇게 해서 하루를 지연하게 됐다고 보면 된다.”
─ 화재 당시 SK C&C의 배터리 매니저 시스템(BMS)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나.
“그때 현장에서도 BMS가 작동되고 있었다고 했고 그래서 ‘온도가 어떻게 됐느냐?’라고 제가 질문을 드린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불이 나기 전까지 온도는 정상 온도였다. 결과적으로 그 안의 온도 센서 하나만으로는 (예방이) 부족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향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화재를 조금 더 일찍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 향후에 대책 마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카카오 사태와 관련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추산됐는지.
“피해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라 저희가 그 규모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다.”
─ 과기정통부는 ICT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부처인데, 이번 사태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장애를 통해서 조금 어떻게 보면 규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서는 아무래도 산업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한 정책적인 방향은 사실상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번 장애를 통해서 디지털 서비스 장애가 국민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이고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법상으로, 제도적으로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작은 업체에 대해서는 진흥을 그대로 유지하되 주요 규모,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 대해서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소방당국이 데이터센터 화재 진압 매뉴얼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중기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일반적인 화재에 대해서 진압 매뉴얼 또는 표준작전 절차를 가지고 있다. 전기화재 또는 친환경 자동차 중에 전기자동차도 매뉴얼이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대응 매뉴얼도 있다.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ESS 매뉴얼을 준용해 화재를 진압했다. 다만, 단편적으로 담아져 있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화재 대응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주에 소방청에서 표준작전 절차 의견을 받아 입안을 해놨다. 소방청과 시도 소방관서의 의견을 듣고 있는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1월 중에는 전기화재와 ESS를 빼고 별도의 데이터센터 화재 대응 매뉴얼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 행정 지도는 법적 권한이 없다. 사업자들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방안이 있나.
(이종호 장관) “2개월 정도 저희도 나름 최대한 15번의 회의를 통해서 검토도 하고 고민했다. 지금도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장애로 문제가 됐던 사업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조치 결과나 조치 계획 등을 들어보고 조금 더 반영해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부처에서 보는 시각도 있고, 사업자 의견도 받아야 한다. 그다음에 전문가 의견 청취 등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말씀드리는 게 혼란을 피하고 좀 더 정확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1분기에 발표하는 걸 기다려 주시고 양해를 구하도록 하겠다.
행정지도라는 게 말씀하신 대로 강제력이 없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워낙에 큰 피해를 초래했고 전례가 없는 서비스 사고다. 그런 측면에서 사업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은 사고였기 때문에 사업자들께서도 성심성의껏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