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말) 기기 출시를 앞둔 것으로 알려지자 XR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주 경쟁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소니가 마이크로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OLED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25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XR 기기 출시와 함께 마이크로 OLED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가상현실(VR) 관련 시장은 올해 69억달러(9조3600억원)에서 2027년엔 200억달러(27조14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메타가 지난달 말 출시한 VR 헤드셋 퀘스트 프로는 올해 안에 200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게임 콘텐츠와 VR의 통합이 가속화되며 관련 시장도 따라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OLED 패널을 VR, 증강현실(AR) 기기 특성에 맞춰 생산한 제품이다. 기존 OLED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유리가 아니라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소자를 증착하는 올레도스(OLEDoS) 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인 소재다. 이 기술을 통해 화면의 해상도는 더욱 높이고 패널의 크기는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XR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LED도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하지만 증착 방식이 아닌 LED소자 하나하나를 위에 올려서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OLED는 색 재현 측면에서, 마이크로LED는 밝기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XR 기기 시장은 애플의 진출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최근 AR, VR 헤드셋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애플의 참여로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애플의 XR 기기에 마이크로 OLED를 공급할 업체는 소니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헤드셋 외부에 장착될 일반 OLED만 공급할 예정이다. 소니는 마이크로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소니는 지난 2016년부터 일찌감치 AR, VR 시장을 노린 마이크로 OLED를 개발했고 2018년엔 0.5인치 크기에 UXGA(1600×1200) 화질을 구현하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인 만큼 당장 완성품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엔 마이크로 OLED에 대한 투자 계획을 확정 짓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마이크로 OLED에 대한 투자나 양산 시점을 정확히 정하진 못했다”며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OLED 기술을 토대로 빠른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후 마이크로 OLED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시장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OLED와 마이크로 LED 양산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2024년부터는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출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관련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피고 기술적으로 향상된 제품을 들고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소니가 애플에 선제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만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개화한 시장인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하는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것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먼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지만 기술의 단점을 보완해 새제품을 들고나온 후발 주자에게 밀릴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소니를 경쟁사로 보기에 2세대 VR 헤드셋부터는 LG디스플레이를 마이크로 OLED 공급사로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니는 내년 중 플레이스테이션에 쓰이는 VR 헤드셋인 VR2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적인 VR 기기와 게임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같은 시장을 보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