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의 5G(5세대) 28㎓ 주파수 할당(사용)을 취소한 가운데, 2개 사업자 중 1개 사업자는 재할당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통신 3사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8㎓ 장비 4만5000대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행 비율이 11%(5059대)에 그치면서,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정부는 할당이 취소되면서 회수 된 주파수 2개 가운데, 1개는 LG유플러스나 KT가 아닌, 제 3의 신규 사업자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시장의 오랜 ‘통신 3사’ 구도가 28㎓ 대역에서는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28㎓ 5G는 3.5㎓보다 이론상 3~4배 빨라 ‘진짜 5G’로 불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통신 3사는 모두 28㎓ 기지국 의무 구축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평가 점수 30.5점을 받은 SK텔레콤에는 ‘이용 기간 단축’, LG유플러스(28.9점)·KT(27.3점)는 ‘할당 취소’를 통지했다. 다만, 3.5㎓ 대역의 경우, 모든 사업자가 90점 이상으로 할당 조건을 충족했다.
◇ 정부,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 LGU+·KT 둘 중 한 곳은 ‘28㎓ 아웃’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초강력 규제’로 판단하고 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통신사들의 이행 점검 결과에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28㎓ 주파수의 재할당의 경우 신규 사업자에게 블럭을 지정할 것이고 기존 통신사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LG유플러스와 KT가 반납한 28㎓ 주파수 2개 대역 가운데, 1개를 신규 사업자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LG유플러스나 KT 중 한 곳은 28㎓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현재 5G 이음 특화망 사업자로 선정된 네이버, 카카오 등 자금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 신규 사업자로 진출한다면, ‘통신2사+플랫폼1사’ 구도로 바뀔 수 있다.
실제, 최근 구글은 자사의 알뜰폰(MVNO) 서비스 ‘구글 파이’의 월 65달러(한화 약 8만6000원)의 ‘언리미티드 플러스’ 요금제를 가입하는 고객에게 무제한 통화 및 데이터와 유튜브 프리미엄을 1년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플랫폼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의 경쟁력이 통신과 결합할 경우,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1개 대역의 경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경쟁을 통해 LG유플러스나 KT 등 1개 사업자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2개 사업자의 할당 취소 통지는 12월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5G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올해 말 ▲취소된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 ▲1개 잔여 대역에 대한 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통신3사도 하지 못한 28㎓ 기지국 구축을 신규 사업자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통신사업에 도전할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다”라며 “투자부담 경감을 위해 주파수 이용단위(전국·지역 등)를 사업자가 선택하고, 기간통신사업자의 상호접속, 설비제공 등에 대한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 28㎓ 접근·사업성 강조... “통신시장, 새로운 경쟁구도 만들겠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취소 통지가 ‘제 4사 이동통신’으로 가는 나비 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 주파수를 받은 신규 사업자가 통신망 운용 경험을 쌓는 다면, 6G 도입 시 이동통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8㎓ 대역은 커버리지(적용 범위)는 좁지만, 인구 밀집 지역(핫스팟)에서 트래픽을 분산하고,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특성으로 메타버스‧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서비스 구축에 유리한 기술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28㎓ 주파수의 신규 사업자 진출은) 통신 시장에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고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 이음 5G 사업자들이 10곳이 되고, 주파수 운영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을 수 있고 (6G 도입 때는 일반 통신사처럼) 광대역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미 해외에서는 28㎓ 서비스를 일부 시작한 상태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올해 말까지 28㎓ 기지국 4만5000개를 구축할 예정이고, 일본의 이통4사도 지난 7월까지 2만2000개 기지국 구축을 완료했다. 호주‧인도 등 33개 국가는 주파수 할당 또는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28㎓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50종 이상이 출시됐으며,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6100만대 이상 보급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 사업자들이 28㎓ 대역 기지국 최소 수량을 구축하지 않으면서 단말기 등 시장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홍 실장은 “28㎓ 대역은 장비 공급적인 측면에서 기업간거래(B2B) 모듈,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 모듈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상용화 검증이 완료된 상황이다”라며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외국에서는 운동 경기장에서 선수별 영상 서비스 등 고속의 28㎓ 주파수를 활용한 여러가지 서비스가 태동하고 있어, 신규 사업자가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