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화성캠퍼스에서 일부 생산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를 효율화하기 위해 조정·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화성 16라인, 17라인에 남아있는 낸드 장비를 전량 평택캠퍼스로 옮겨 낸드 생산을 평택·중국 시안으로 이원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낸드 라인 조정 작업에 따라 전체적인 생산능력(CAPA)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최근 삼성전자가 3D 낸드 공정 236단에 도달하면서 전체적인 생산 라인의 공정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정의 수율(양품 비율)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생산량 감소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부터 화성캠퍼스 17라인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이며, 내년 중에는 16라인 낸드 장비도 대대적인 재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라인은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낸드 생산능력도 수치상 하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이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평균 64만장으로, 지난 2분기(65만장)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적인 낸드 생산능력 감소세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4분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평균 60만장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약 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 감소가 생산라인 조정을 비롯해 3D 낸드의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웨이퍼 처리량이 자연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236단 낸드 양산을 선언하며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직으로 쌓아올린 셀이 200단을 넘어가게 되면서 공정 스텝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초기 수율이 기존의 안정된 공정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8세대 V낸드 제품. /삼성전자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3D 낸드의 단수가 200단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셀 밑에 숨어있는 공간에 간섭현상이 발생하거나 필름스트레스가 증가해 패턴이 뒤엉키는 현상이 더 빈발한다”며 “삼성, SK하이닉스 모두 해당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지만 200단 이상 공정에서는 적층수 증가율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일각에선 반도체 치킨게임의 전조로 해석했지만, 현재 추세를 봤을 때 업체 간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량이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옴디아가 예상한 삼성전자의 내년 월평균 낸드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58만장으로 올해의 62만장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사들이 수익성을 포기해가면서 치킨게임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며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내년 수요 예측은 매우 보수적이며 이에 맞추어 공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 하락의 위험도는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