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글로벌 TV 수요가 줄었습니다.”한종희 삼성전자 DX(기기경험)부문장 부회장
글로벌 TV 제조사 ‘빅3′인 삼성전자, LG전자, 중국 TCL이 3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한 부회장의 말처럼 TV 수요에 한파가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4.1% 감소한 2억479만대로 예측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3.8% 줄어든 2억200만대로 전망했다.
TV 출하량의 감소는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거리두기를 해제하며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나타났던 가전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이 사라진 탓이다. 또 각국이 코로나19로 확장재정을 펼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긴축재정으로 돌아선 결과, TV를 비롯한 가전 수요가 위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도 수요 급감에 한몫했다.
출하량뿐 아니라 수익도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으면 나은 상황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판매·매출 1위 TV 사업을 맡고 있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3분기 성과에 대해 “프리미엄 중심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했으나, 수요 감소와 비용 증가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했다”라고 밝혔는데, 증권가에서는 VD사업부가 적자를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IB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VD사업부가 3분기 3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따로 VD사업부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VD사업부가 포함된 가전 영업이익을 2500억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76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TV 매출 2위 LG전자도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198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3분기 554억원 손실로 적자폭을 더욱 확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내 소비심리 위축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TV 시장 매출 3위 중국 TCL은 지난 25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 419억9300만위안(약 8조2400억원), 영업손실 3억8000만위안(약 74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요가 둔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개선책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고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이 9조6844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3분기 기준 57조3000억원의 재고자산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부진한 메모리반도체 재고 외에도 TV 재고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증가하면서 관리 비용 역시 늘고 있다.
실적 반등을 위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통적으로 특수라고 생각했던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올해만큼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만큼 경기가 침체돼 TV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 글로벌 최대 쇼핑시즌이 다가오면서 관련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업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 감소로 재고 부담은 늘어나는 동시에 매출은 줄어 고정비를 상쇄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