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11월 중순부터 한 달 이상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공장을 멈춰 세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TV 수요 위축으로 재고가 급증한 탓이다.
2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1월 중순부터 12월 한 달간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경기 파주시 OP1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 공장에 투입되는 유리 원장은 제로(0)다”라고 했다. 유리 원장은 디스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커다란 판이다. 여기에 OLED 소자를 배열하고, 용도별로 잘라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이 원장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건 TV용 패널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주력 제품인 TV용 OLED 패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배경은 재고가 천정부지로 늘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의 재고 자산은 상반기 기준 4조7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4% 증가했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급증했던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데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OLED TV 판매량이 2013년 최초 출시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는 LG전자와 소니 등의 재고 수준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도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지난 2분기 LG디스플레이는 4883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3분기에도 6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OLED 부진에 이어 LG디스플레이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까지 중국발(發) 저가 공세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다.
업계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V 수요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OLED TV 패널 출하는 수요 부진으로 역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실질 소비력 감소와 인플레이션 영향 등으로 출하량이 큰 폭으로 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회사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TV 공장 일손이 남아 그나마 더 바쁜 애플 제품 생산 라인으로 직원을 보낸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