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소개한 3차원(3D) 비행거리측정(ToF)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비전’이 최근 제품 목록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XR)의 부상으로 삼성전자 역시 이 분야 필수 반도체인 3D ToF 센서 시장에 도전했으나, 가장 큰 고객인 삼성 갤럭시에 채택되지 못하면서 사업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과 사업을 볼 수 있는 ‘삼성 반도체 홈페이지(https://semiconductor.samsung.com/kr)’의 이미지센서 목록에는 3D ToF 센서가 들어가 있던 ‘비전 센서’ 항목이 빠졌다. 이미지센서 목록에 남아있는 제품은 ‘모바일’과 ‘오토모티브(자동차)’뿐으로, 각각 ‘아이소셀’과 ‘아이소셀 오토’를 주력으로 한다. 한국어 페이지뿐 아니라, 글로벌 및 각 지역 페이지에서도 해당 항목은 삭제돼 있다.

다만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아이소셀 비전’이나 ‘ISOCELL VISION’을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 페이지가 있긴 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항목을 뺐지만, 개별 페이지를 삭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목록에서 빠진 것은 맞지만, 사업은 지속 중이다”라고 밝히면서도 현재 고객사나 응용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등에 제한적으로 공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곧 새 제품도 나올 예정이고, 홈페이지에서도 새 페이지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3D ToF 센서가 피사체를 포착해 3D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 /삼성 반도체 홈페이지 캡처

3D ToF 센서는 카메라로 물체에 빛을 비춰 반사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재고, 이를 기반으로 3D 디지털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공간을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생체측정이나 게임,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이 예상된다.

시장 성장성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욥디벨롭먼트에 따르면 2020년 3D 센서 시장은 약 65억달러에서 2023년 8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추가로 연평균 14.5% 성장하면서 2026년이면 150억달러(약 21조4650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진다. 이 시장의 모바일 비중은 46%, 자동차 분야 22%로 나타났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한 3D ToF 센서 ‘아이소셀 비전’이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배경으로는 삼성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스마트폰 갤럭시에 이 센서를 적용하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다. 업계 관계자 “삼성 MX사업부는 3D ToF 센서가 없는 현재의 카메라 시스템에 소비자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1분기 출시한 갤럭시S10에 3D ToF 센서를 처음 적용했다. 이어 갤럭시 노트10, 갤럭시S20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 센서를 채용하면서 관련 모듈을 공급하는 협력사 숫자도 늘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당시 3D ToF 센서는 주로 소니에서 납품받았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 ‘아이소셀 비전’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 MX사업부는 2020년 가을쯤 출시한 갤럭시 노트20부터 카메라에 3D ToF 센서를 제외했다. 당시 AR 시장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않자 활용도가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애플이 아이폰12에 3D ToF 센서를 채용, 삼성 역시 센서 재장착을 검토했지만 최종 적용이 무산됐다. 마침 구글이 ToF가 없이도 AR 기능을 쓸 수 있는 뎁스(깊이)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해 배포한 것도 센서 미적용의 배경이 됐다.

결과적으로 삼성 시스템LSI가 만든 3D ToF 센서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최대 고객이 써주지 않을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주된 이유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페이지 소개가 빠졌다는 것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라며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연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어 채택 여부가 사업성을 갈랐을 여지가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