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게임 업계가 환차익 기대감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의 해외 매출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은 제조업과 달리 강(强)달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없어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만큼 수익성이 개선된다.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135억7825만달러(약 18조6000억원)로, 이 가운데 게임 수출액은 69.5%에 해당하는 94억3540만달러(약 12조9200억원)다. K팝, 캐릭터, 방송 수출을 합친 것보다 5배 넘는 규모다.
그동안 국내 게임 해외 매출의 40%는 중국에서 나왔다. 던전앤파이터(넥슨),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등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 지역을 적극 공략하면서 중국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35%로 줄었다. 그만큼 북미와 유럽 지역 매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 업체 가운데 해외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넷마블의 올해 2분기 해외 매출은 55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에 달한다. 북미가 49%로 가장 많고 유럽 12%, 동남아 11% 등이다. 넷마블은 북미 지역 현지 자회사인 스핀엑스, 잼시티를 통해 현지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넷마블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낮다. 올해 2분기 전체 매출 6293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은 29%, 1846억원이다. 다만 북미와 유럽 지역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2분기 북미·유럽 매출 비중은 22%로, 전 분기 대비 7%포인트 늘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길드워2가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크래프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94%에 달한다. 올해 2분기 매출 4236억원 가운데 3986억원이 해외에서 나왔다. 북미와 유럽 매출은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240억원 대비 50.8% 늘었다. 크래프톤은 해외 스튜디오를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 출시 예정인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문브레이커는 북미·유럽 이용자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미국 독립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있다.
펄어비스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 940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83%를 넘었다. 해외 매출에서 52%는 북미·유럽에서 나왔다. 펄어비스의 인기 게임인 검은사막이 올해 2분기 남미 시장에 출시되면서 전체 해외 매출이 뛰었다.
컴투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59.4%다. 북미 매출은 32.6%로 1년 새 6.8%포인트 증가했다. 서머너즈워, MLB9이닝스 등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이 늘었다. 컴투스는 지난달 출시한 신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환차익이 정체기에 빠진 국내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해외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해외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