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한국 반도체 업계의 주력 상품인 낸드플래시 가격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공급 과잉에 재고가 쌓이면서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낸드플래시 평균 거래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52%를 점유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낸드플래시(MLC 128Gb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67% 하락한 4.42달러(약 5922원)에 거래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7월 5.48% 오른 후 10개월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지난 6월 3.01% 하락한 후 7월 3.75%, 8월 1.67%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3개월 연속 떨어진 건 지난 2019년 5월 이후 39개월 만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폭을 전 분기 대비 15~20%에서 30~35%로 하향 조정했다.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는 메모리카드·USB 등에 사용되는 장기 저장장치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형태로 소비자용 PC와 기업용 데이터센터에 주로 공급된다. 전체 낸드플래시 출하량의 55%는 기업용 SSD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이런 이유로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업용 SSD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따라 낸드플래시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SSD 수요가 급감할 경우 낸드플래시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기업이 단기적 가격 하락을 이용해 낸드플래시 주문량을 늘리기 때문에 가격 하락 폭은 제한된다. D램 가격 변동 폭이 최대 20~30%에 달하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 가격 폭이 최대 10%를 넘지 않는 이유다.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기업용 SSD 수요 감소가 동반되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8% 넘게 하락한 것도 기업용 SSD 수요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SSD 수요가 꺾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요 성장률은 예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공급 과잉도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소비자와 기업용 SSD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업체들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오히려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가 함께 운영하는 일본 공장 2곳에서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급 부족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을 오히려 늘렸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올해 하반기까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 SSD 수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용 SSD 수요도 부진한 모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지정학적 문제, 통화 정책의 혼란,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라 부진한 낸드플래시 수요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라며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하락하고, 4분기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업계 선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악화될 수 있다. 당장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전 분기보다 5.4% 줄어든 59억8000만달러(약 8조281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33.0%로 3개월 만에 2.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2분기 합산 낸드플래시 매출은 36억1500만달러(약 4조8531억원)로 전 분기와 비교해 12.1%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1.9%포인트 증가했다. 북미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SSD 출하량이 늘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76단 이상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를 앞세워 수익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200단 이상 차세대 낸드플래시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176단 이상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라며 “두 회사 모두 176단 낸드플래시 출하 비중이 올해 말 7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