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8 모바일 칩(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을 삼성전자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기로 확정하고, 삼성전자와 모바일 칩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지난해 선보인 픽셀6에 이어 3년 연속 TSMC 대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선택하면서 삼성전자의 3㎚ 공정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전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8에 탑재할 모바일 칩인 3세대 텐서에 대한 개발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진행하고 있다. 구글이 3세대 텐서의 구조를 발주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해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하는 구조다.
구글 텐서는 지난해 구글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칩으로 구글 스마트폰 픽셀6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구글은 지난 2020년까지 퀄컴의 모바일 칩을 사용했는데, 애플을 중심으로 완제품 업체들이 자체 칩을 만드는 추세에 맞춰 삼성전자의 설계 지원을 통해 텐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구글의 자체 모바일 칩 텐서는 당분간 스마트폰용으로 한정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글은 자체 칩 확산 전략을 통해 태블릿, 노트북, 서버용으로 자체 칩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핵심 서비스와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데 반도체 성능 향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플, 인텔, 퀄컴 등이 자체 칩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구글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3%에 그쳤다.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스마트폰은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다. 반면 구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는 압도적인 점유율인 72%(지난해 말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자체 칩을 만들어 최적화된 운영체제와 결합할 경우 통합 생태계로 제품과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게 구글의 판단이다.
구글은 이런 전략을 완성시켜줄 회사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 등이 모두 가능한 삼성전자를 택했다. 삼성전자는 구글에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많이 납품하는 공급사인 동시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최대 고객사이기도 하다. 또 3㎚ 파운드리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구글이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구글과의 협력은 전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히 반도체만 대신 만들어주는 TSMC와 달리 개발부터 설계,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업계 최고 기술력으로 제공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설계 지원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칩 개발·양산에 나서는 건 맞지만 구글이 3㎚ 공정을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픽셀폰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다”라며 “공급 물량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이 비싼 3㎚ 공정 대신 기존 4㎚ 공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내용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