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가 게임사에 항의하기 위해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꼬우면 접어라(마음에 들지 않으면 게임을 하지 말라)'식의 게임사 소통 부재에 유저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게임사의 게임 운영 및 마케팅 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마차·트럭 시위를 기획하는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게임사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다.

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백현동 카카오게임즈 본사 일대에선 '카카오게임즈 신작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가 게임 운영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실제 말이 마차를 끌고 가며 1.4㎞를 도는 시위를 했다. 우마무스메가 '경마'를 소재로 한 게임인 만큼 말을 활용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출시된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사이게임즈로부터 들여온 게임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 힘입어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 900% 증가라는 올해 2분기 실적 '대박'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상 재화 지급 및 이벤트 공지 일정 등 운영 과정에서 일본 서비스와 달리 한국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용자 불만이 터지면서 최근 4점대였던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평점은 1점대로 폭락했다. 이어 지난 11일 5만9800원이었던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19일 5만5400원을 거쳐 29일 5만11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이는 회사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평점 테러'와 주가 폭락이 이어지자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1일 우마무스메 공식카페에 '재화 지급 및 점검 시간 관련 안내'라는 글을 올려 사태 진압에 나섰다. 이용자가 지적했던 일본과 한국 게임 서버 내 재화 지급 차별에 대해선 지급된 재화의 양에 차이는 있으나 일시적인 상황이며, 공지 지연 등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용자 사이에선 "게임사 대응이 이미 늦었으며 공식 사과문이 아닌 공지로 소통하려는 점이 문제다"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우마무스메 이용자 200여명이 954만원을 온라인으로 모금해 마차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지난 24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카카오게임즈는 공식 사과문을 올려 구체적인 게임 이벤트 및 일본 서버 대비 지급되지 않았던 게임상 재화 지급 일정 등을 공지했으나 이용자들은 시위를 강행했다.

이번 시위 기획자인 우마무스메 이용자 박대성씨는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게임 내 이벤트인 '챔피언스 미팅' 등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며, 단순히 단기적인 매출을 높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라며 "사과문도 면피성에 책임 소재 및 상당수 쟁점을 회피하고 있기에 행동에 나섰다'라고 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일본 개발사와 주요 쟁점을 협의하기 위해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바로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불편을 드린 이용자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며 "이용자의 의견들을 수렴하여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으며,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리니지2M 개발을 총괄한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가운데)과 개발자들이 유튜버 프로모션 마케팅 관련해 사과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엔씨소프트 역시 모바일게임 '리니즈2M' 관련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5일 이용자가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등 이용자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유튜버 프로모션이란 유튜버가 게임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특정 게임을 플레이한 후 광고 영상으로 올리는 마케팅 방식을 뜻한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리니지2M에 대한 유튜버 프로모션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리니지W와 리니즈2M 방송을 진행해온 유튜버가 리니지2M 방송을 진행해도 리니지W 방송 횟수로 인정을 받고 광고료를 지급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이용자들은 "일반 게임 이용자를 우롱했다"라며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한 것이다. 유튜버에 광고비를 지급하는 프로모션 마케팅 자체가 일반 이용자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게임 내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지난 5일 리니지2M 개발을 총괄한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과 개발자들이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리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백 본부장은 광고 계약을 맺은 리니지W 방송 횟수에 리니지2M 방송을 포함한 것을 인정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한 조항을 7월 29일 이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용자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트럭 시위는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비판받은 '해외 이용자와의 차별 대우'와 '유튜버 프로모션을 통한 게임 홍보'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한 변호사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한국과 일본 서버가 별도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이용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며 "이는 모든 문화 콘텐츠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예컨대 해외 오페라를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다시 공연할 때도 원작자와 약속한 계약 관계의 조건에 맞춰서만 공연하는 것이지 원작과 동일하게 공연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유튜버 프로모션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마케팅 방식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번 사태에서도 광고법에 맞게 게임의 광고 여부를 잘 표시했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매크로 계정(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 조작 없이 반복적인 자동 플레이를 하는 계정)'은 일반 이용자가 현실적으로 이뤄낼 수 없는 양의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많은 게임상 재화를 획득해 게임 내 경제체계가 훼손되고 게임 내용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라며 "그러나 게임사가 직접 유튜버에게 광고비를 지급하며 운영한 유튜버의 프로모션 계정의 경우 소수에 불과해 게임 내용 전반을 바꾼다고 볼 수 없어 제재할 수 없다"라고 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게임사와 이용자 간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등 게임은 현실과 유사한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 간 과금을 통해 경쟁하고 자신의 '분신'을 육성하는 형태로 불공평에 이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며 "또 우마무스메 등 서브컬처(하위문화) 게임의 경우 이용자가 '헤비 유저(적극적인 소비층)'인 만큼 법적 문제를 떠나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만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