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사측이 추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양혁 기자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반발이 정보기술(IT)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 내부 구성원들에 이어 경쟁사인 네이버까지 매각 반대에 동참하면서다. 이는 경쟁자를 넘어 동종업계 내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사측이 추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오세윤 전국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인 네이버지회장은 물론,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웹툰작가노조 등 노동시민단사회단체 등이 함께 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사측이 추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양혁 기자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사모펀드라 더 주목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내부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며 서비스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사측과 교섭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어떤 이유로 매각을 하려는 건지 궁금하고,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지회장이 언급한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카카오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뒤 카카오 노사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투자총괄 부사장은 사내 공지 글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지분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5%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글로벌 사모펀드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29.04%), 칼라일그룹(6.21%), LG(2.47%), 구글(1.53%), GS리테일(1.32%), GS칼텍스·에너지(0.74%) 등이 보유 중이다.

현재 지분율을 고려하면 매각 방안은 두 가지 정도로 좁혀진다. 카카오가 TPG에 15%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10%대 지분을 매각하고 TPG 역시 지분 일부를 털어내는 것이다.

경쟁사인 네이버 구성원도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네이버,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론이 사모펀드 매각이라는 무책임한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모펀드는 목적 자체가 단기 수익 창출로,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소중한 자산이 투기 세력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며 “IT업계에 나쁜 선례로 남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의 지적이 잇따르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당시 그는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3차례나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리 일상과 가까이 있는 1등 기업임과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 기업이기도 하다”라며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는 먹튀 경영을 멈추고 자체 교섭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