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플렉시블 OLED. /BOE 제공

중국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점유율이 올해 2분기 20%를 넘었다. 애플이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가칭)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CSOT(차이나스타), 티엔마, 비전옥스 등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은 20.5%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점유율 17.7%와 비교해 2.8%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19년 9.7%와 비교해서는 3년여 만에 점유율이 2배 넘게 늘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삼킨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미래 먹거리로 중소형 OLED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수요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지난 2017년 애플이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처음으로 탑재하면서 ‘OLED=프리미엄’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후 OLED 패널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폭넓게 사용되면서 연평균 20% 넘는 출하량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이 지난 2020년 4억5660만대에서 지난해 5억8450만대로 28%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은 올해 6억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 2016년 중소형 OLED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난 2018년까지 점유율 5%를 넘지 못하며 부진했다. 기술력과 생산량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지난 2018년까지 시장 점유율 95%를 유지했다.

하지만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OLED 패널 채택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자국 스마트폰 업체를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중국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시연 모습. /뉴스1

중국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OE가 지난해 애플과 아이폰12 교체용(리퍼비시) OLED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중국 중소형 OLED 패널은 가격이 저렴한 저가형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까다로운 애플의 품질 검사를 통과하면서 기술력에서도 국내 업체들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BOE는 애플에 아이폰14용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했다. 중국 중소형 OLED 패널이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룬토(RUNTO)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BOE가 애플의 인증 통과 통보 직후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라며 “BOE가 납품하는 아이폰14용 OLED 패널은 오는 9월까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애플이 중국 OLED 패널 사용을 늘리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중소형 OLED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앞으로 2~3년 이내에 중소형 OLED 시장 지형이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가 애플에 공급하는 아이폰용 OLED 패널은 국내 업체들이 지난 2017년 아이폰X에 납품한 제품과 기술 차이가 크지 않다”라며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2~3년 이상 벌어져 있는 상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