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엘지 CI. /에릭슨엘지

LG전자가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세운 합작사 에릭슨엘지의 공동대표를 10년 만에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임은 허행만 공동대표로, LG전자 출신의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화웨이, 노키아 등 외국계 통신장비 업체의 국내 매출이 반토막 난 가운데 에릭슨엘지 나 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8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에릭슨엘지는 4월 중순 허행만 공동대표를 선임하고, 사내이사에 올렸다. 기존 구상훈 공동대표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에릭슨엘지가 한국인 공동대표를 교체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에릭슨엘지는 지난 2010년 설립된 에릭슨과 LG전자의 합작사다. 출범 당시 양측이 지분 50%씩을 보유했을 때의 사명은 LG에릭슨이었지만, 2012년 에릭슨이 지분율을 75%까지 확대하며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의 지분율은 25%다.

경영진은 에릭슨과 LG전자가 각각 선임해 공동대표를 구성한다. 애초 사명 변경 이전까지 LG전자가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었는데, 지분율 확대로 에릭슨이 CEO를 선임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다. 실제 합작사 출범 당시 공동대표 겸 CEO는 LG전자 측인 이재령 사장이 맡았었지만, 2012년부터는 구성훈 공동대표가 CFO를 역임했다.

LG전자는 201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공동대표를 교체하지 않았다. 3~4년 단위로 2차례 공동대표를 교체한 에릭슨과 대비된다.

새로 경영진에 합류한 허행만 공동대표는 ‘재무통’으로 꼽힌다. 1965년생인 그는 LG전자 재직시절 중국북경타워법인 담당과 중국지역관리기획 담당 등 중국법인에서 자금 및 재무부문 실무를 맡아왔다. 이후 2018년 LG전자 자회사인 로보스타 경영지원본부장(전무)으로 합류해 CFO 등으로 약 3년간 일했다. 지난해 3월 임기 만료를 약 4개월 앞두고 사임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지국을 점검 중인 에릭슨 직원들. /에릭슨

통신장비 업계에서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에릭슨엘지의 대표 교체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에릭슨엘지의 매출은 5176억원, 영업이익은 56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516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1.48% 치솟았다. 영업이익은 지난 10년 내 최고치다.

특히 국내 외국계 통신장비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최대 반토막 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릭슨엘지의 실적은 더 두드러진다. 노키아는 지난해 매출이 2428억원으로 전년보다 54.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56.49% 줄었다. 한국화웨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78%, 38.44% 쪼그라든 2817억원, 103억원에 그쳤다.

에릭슨엘지 관계자는 “기존 공동대표의 나이 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인사였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구상훈 공동대표는 1960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