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티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와 미국 우버가 지난해 4월 출범한 합작사 ‘우티’가 최근 티맵모빌리티의 본점 소재지 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사실상 한국법인은 우티가 유일한만큼 티맵모빌리티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우버는 2020년 말 설립한 티맵모빌리티에 약 600억원을 들여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우버를 등에 업은 티맵모빌리티는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잡기 위해 내부 조직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김유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사업전략담당을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 사내이사로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맵모빌리티 내 첫 여성 사내이사다. 그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애플 미국 본사와 SK텔레콤, 쿠팡, 토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핵심 인재로 꼽힌다.

톰 화이트 우티 최고경영책임자(CEO·오른쪽)와 김기년 최고운영책임자(CCO)가 신규 통합 애플리케이션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우티

◇ 한 둥지서 새 출발 하는 티맵·우티

25일 통신업계와 모빌리티업계 등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와 우티는 현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대신파이낸스센터를 본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상으로 티맵모빌리티가 하반기 본점 이전을 완료했고, 우티는 올해 들어 작업을 마무리했다. 티맵모빌리티가 12~14층을 쓰고 있으며, 우티는 15층에 자리를 잡았다.

두 회사의 본점 이동은 합작사를 설립한 데다, 지분 관계로 얽혀있는 만큼 협업을 더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우티는 우버가 51%, 티맵모빌리티가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20년 말 우버는 티맵모빌리티 독립법인 출범을 앞두고 5000만달러(약 622억원) 투자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우버(Uber). /조선일보DB

특히 여러 차례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가 고배를 마신 우버로서는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현지 사업 이해도가 높은 조력자가 필수다.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인 우버는 유독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2013년 출시했던 자가용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는 택시업계 반발 등에 막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고, 카풀 서비스, 음식배달 서비스 등으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국내서 통신과 모빌리티 사업을 장시간해왔던 SK 계열사들과 손을 잡는다면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본점 소재지 이전이 사업과 연관성은 크게 없다”라고 했다.

우티 제공

◇ ‘40대’ 젊은 피로 이사회 재구성…카카오 잡기 ‘총력전’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영입한 김유리 CPO를 최근 사내이사에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맵모빌리티 설립 후 첫 여성 사내이사다. 그는 2003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해 해외영업, 프로덕트 매니저(PM)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는 애플 본사의 글로벌 서플라이 매니저를 비롯해 SK텔레콤, 쿠팡, 토스에서 개발 UX 전략 스텝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79년생인 김 CPO는 정보기술(IT)산업에서 다양한 직무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티맵모빌리티의 서비스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우티 택시 할인 프로모션. /우티 제공

우티도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인적분할로 SK스퀘어로 출범하며 40대 젊은 피로 이사회 인원을 재구성했다. 기존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과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디벨롭먼트 담당을,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송재승 SK텔레콤 기업개발그룹장으로 교체했다. 새로 합류한 SK 측 등기이사들은 모두 1970년대생으로 40대다. 윤 CIO는 1974년생, 송 그룹장은 1979년생이다. 이전 박 부회장과 하 담당은 각각 1963년생, 1970년생이었다.

카카오T 블루. /카카오

국내 모빌리티 시장 ‘1위’ 카카오를 겨냥한 우티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카카오T 월간 이용자 수(MAU)는 1011만명으로, 우티는 48만명에 그치고 있다. 신규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지난해 11월부터 무제한 20% 할인 혜택 등 다양한 판촉을 내세웠지만, 판촉 효과는 ‘반짝’이었고 손실만 떠안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티맵모빌리티의 순손실인 410억원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흑자전환하며 순이익 27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흑자전환에 수년이 걸렸던 만큼 우티 역시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라면서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모빌리티와 달리, 후발주자인 우티의 경우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