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컴퍼니) 담당이 올인원 플레이박스 ‘플레이Z(PlayZ)’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흘러가는 가입자 유지를 위해 ‘OTT 포털’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IPTV(인터넷TV) 가입자가 OTT 이용을 위해 OTT 플랫폼으로 가지 않고, 기존 IPTV 내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염두에 둔 조처다. 이는 최근 OTT가 국내 미디어 시장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주춤한 IPTV 사업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막대한 규모의 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OTT와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해외 OTT ‘공룡’들의 진출이 예고된 만큼 제휴 업체를 늘려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는 모두 OTT 포털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유료방송 1위인 KT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IPTV 셋톱박스에 안드로이드TV 11 운영체제(OS)를 적용한 ‘기가지니A’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OTT 포털 시장 포문을 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TV에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어, OTT 포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OTT 포털은 복수의 OTT를 통합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구독 중인 OTT 콘텐츠를 통합검색할 수 있으며,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 국내외 OTT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와 같은 인기 콘텐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포털 ‘양대산맥’ 네이버,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키노라이츠, 저스트와치, 티비나누기 등이 대표적인 OTT 포털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뒤이어 OTT 포털 시장에 진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1월 플레이제트(PlayZ)를 출시했다. PlayZ는 웨이브, 티빙, 왓챠,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애플TV+(플러스) 등 국내외 주요 OTT 5개의 콘텐츠를 통합검색하는 플랫폼이다. 파편화한 OTT를 한곳에 모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현재는 하드웨어 기반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가 모이면 소프트웨어(앱)로 구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PlayZ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아니라도, 하드웨어만 구매하면 통신사에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다.

정수헌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오른쪽)과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활성화를 위한 솔루션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기존 사업자 중 하나인 키노라이츠와 손잡았다. 지난 3월 10억원을 투자해 키노라이츠 지분을 확보했다. OTT 관련 통합 검색, 콘텐츠 탐색 및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인 키노라이츠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만건을 넘어섰다.

통신사들이 ‘OTT 포털’을 자처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내 OTT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69.5%로, 전년(66.3%)보다 3.2%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2017년 36.1%에 머물렀던 OTT 이용률은 2018년(42.7%)에 이어 2019년 52%를 기록하는 등 지속 증가 추세다. 대부분이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와중에 넷플릭스 등 해외 OTT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 기기 및 서비스별 이용률 현황. /방송통신위원회

글로벌 OTT 공룡들이 국내 시장을 격전지로 삼으면서 유료방송을 제공하는 통신사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했던 일평균 TV 이용 시간은 지난해 3시간 6분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반면, 일평균 OTT 이용 시간은 1시간 20분을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통신사의 OTT 포털 시장 진출은 TV 이용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국내 OTT 플랫폼 시장은 글로벌 OTT의 추가 합류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HBO 맥스를 보유한 미국 AT&T의 자회사 워너미디어는 케이블TV 사업자 디스커버리와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뒤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릴 것으로 관측된다. 웨이브, 티빙, 씨즌 등 토종 OTT 역시 시장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OTT 시장이 확대될수록 OTT 포털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1명은 평균 2.69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3개를 넘어섰고, 한국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통신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용자 1명이 복수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는 것은 1개의 OTT로는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라며 “이는 OTT 포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