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흘렀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해 2000만명을 돌파, 올해 30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G 대중화 원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구역)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꼬리표처럼 통신사를 따라다닌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적 적용 역시 갈 길이 멀다. 조선비즈는 5G 상용화 3년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면서 전문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총 4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래픽=이은현

“5G요? 터지긴 터지죠. 근데 시원하게 터지는 게 아니라, 터졌다, 안 터졌다 해요. 5G로 잡히면 배터리만 빨리 닳다 보니 ‘LTE 우선 모드’로 쓴 지 꽤 됐어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홍은지(36·가명)씨는 “주변에 5G폰을 사서 기존에 쓰던 4세대 이동통신(LTE) 유심만 넣어 쓰거나 자급제 휴대폰을 사서 알뜰폰 LTE 요금제를 쓰는 경우가 꽤 많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4월 3일이면 한국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한 지 꼭 3년이다. 지난해 기준 5G 가입자 수는 2000만명을 넘어 올해 30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홍씨처럼 5G폰을 LTE폰처럼 쓰는 ‘LTE족’이 많은 건 ‘5G 강국’이라는 한국에 뼈 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이는 “5G 선도국으로 커버리지도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는 통신사와 정부의 주장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픽=손민균

소비자들은 주파수 특성상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한데도 좀처럼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지 않는 통신사,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분노한다. 고가 요금제를 주로 쓰는 5G 소비자가 늘면서 지난해 통신사는 3사 합산 영업이익이 10여년 만에 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당시 한 해에만 3조원 안팎의 시설투자를 쏟아부었던 통신 3사가 2년 차인 2020년부터 투자 규모를 두 자릿수 줄이고, 이 기조를 지난해까지 이어간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5G 기지국 수는 19만8832개(지난해 12월 31일까지 준공 완료 기준)로 LTE 기지국(100만941개)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서울(3만7291개), 경기(4만3536개) 등 수도권에 전체 40%가 밀집돼 있어 ‘지방은 5G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속도 역시 소비자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하반기 전국 85개 시, 전체 행정동을 대상으로 평가한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전송 속도는 평균 801.48Mbps(데이터 전송속도 단위·초당 백만 비트)였다. 반기별로 정부가 진행 중인 5G 품질평가가 소비자 체감 품질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트래픽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 구석진 곳 등까지 꼼꼼히 점검해 산출해낸 결과라는 정부 측 설명이 붙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구현모 KT대표이사.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해 12월 말 보고서에서 내놓은 국내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가 평균 416Mbps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당시 통신업계가 공언했던 5G 속도인 20Gbps(기가비피에스, 1Gbps=1000Mbps)에는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의미의 광고였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로 초고주파(28㎓) 5G는 최대 20Gbps까지, LTE는 1Gbps까지 최대 속도가 날 수 있는데 이를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통신 3사는 28㎓가 아닌 3.5㎓ 대역으로 전국망을 구축 중이다.

이에 대해 이르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결론도 다음 달은 돼야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선 통신사의 5G 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광고 문구였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허위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을 소지가 크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통신 전문가들은 5G 체감 품질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와 통신사가 이를 인정하고, 5G의 매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투자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입을 모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고의 실험 환경에서 측정, 광고한 공학적 속도와 실제 단말기를 들고 다양한 환경에서 쓰는 소비자 체감 속도가 차이 나는 건 사실이다”라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속도가 왜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해 인식 차를 좁히는 것이 서비스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LTE와 동일한 요금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쓰게 한다거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같은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처럼 5G가 어떻게 더 좋은지를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에겐 더 중요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