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작 없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넥슨이 오는 24일 상반기 최대 기대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한다. 17년 전 출시돼 글로벌 누적 이용자 8억5000만명을 모은 PC 격투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온 게임이다. 탄탄한 원작,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가장 큰 인기를 모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모바일 터줏대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은 지난해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신작을 내놨지만, 반향은 없었다. 기존 게임 서비스에 집중한 탓에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돌았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8530억원, 영업이익은 961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6%, 18% 줄어든 수치다.
올해는 다른 전략으로 임한다. 다양한 장르의 신작 10여종을 출시하고, 지식재산권(IP)의 공격적인 확장도 노린다. 시작은 24일 출시 예정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최성욱 넥슨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과 만났다. 그에게 신작과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물었다.
최 본부장은 2008년 넥슨에 입사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넥슨 대표 게임을 기획했다. 2016년부터는 모바일 게임을 담당해 왔다. 올해부터는 넥슨의 게임 출시와 서비스를 총괄하는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직에 올랐다. 최 본부장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현재 100만명이 접속해도 문제가 없도록 부하(負荷)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일간 사용자수, 월간 사용자수, 다운로드수, 매출’ 등과 같은 수치적인 목표는 세우고 있지 않다. 최 본부장은 “매출 1등, 인기 1등이 중요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에게 칭찬 받는 게임이 돼야 한다”라며 “‘게임이 정말 재밌다’라는 칭찬을 듣는 게 주어진 미션이다”라고 했다. 이정헌 넥슨 대표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이정헌 대표는 PC 던전앤파이터 게임에 대해서 나보다 많이 알고 있다”라며 “종종 전화를 걸어 게임에 대해 ‘재미있어?’ ‘안정적이야?’ 이 두가지만 묻는다”고 했다.
최 본부장과 이 대표의 말대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자동 사냥’ 기능을 없애버렸다. PC 원작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최 본부장은 “개발 테스트 당시 오래 즐기면 피로가 쌓이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자동 사냥의 필요성에 대해 경영진에 보고했으나, 이 대표는 ‘던파(던전앤파이터)의 손맛은 타협할 수 없다’며 단칼에 잘랐다”고 했다.
과도한 수익구조(BM)도 빼기로 했다. 유료 아이템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이 큰 이유로, 주(게임)와 객(아이템 판매)이 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게 넥슨의 의도다. 최 본부장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는 아바타와 ‘봉인된 자물쇠’, 두 가지의 유료 아이템 요소만 담았다”라며 “장비, 갑옷, 펫(애완동물) 등의 뽑기(대표적인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다. 넥슨에 따르면 매년 7000억~1조원의 매출을 중국에서 올린다. 회사 연간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때문에 모바일 버전의 중국 출시도 상당한 관심사다. 최 본부장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도 계속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현지 퍼블리셔(유통사)인 텐센트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본부장은 “결국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재밌는 게임은 물론, 전 국민이 즐기는 게임이 되면 좋겠다”라며 “(접근이 어렵다고 느끼는) 액션 게임이지만 마치 (접근이 쉬운) 카트라이더처럼 모두가 하는 게임이길 원하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던전앤파이터를 처음 하는 이용자가 편할 수 있게 액션과 손맛을 즐길 수 있도록 UI(유저 인터페이스) 등을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넥슨은 올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외에도 다양한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는 6월 28일 출시 예정인 PC·콘솔용 대전 격투 게임 ‘DNF(디엔에프) 듀얼’ 또한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여기에 넥슨의 대표 IP를 활용한 ‘테일즈위버: 세컨드런’, ‘마비노기 모바일, ‘히트2′,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이 출시된다.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ER’, 3인칭 슈팅게임 ‘아크 레이더스’와 ‘프로젝트 D’ 등의 공개 또한 예정돼 있다.
넥슨은 향후 게임 IP를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는 일에도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넥슨은 디즈니 출신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하고 ‘넥슨 필름앤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했다. 최 본부장은 “미국 넥슨 스튜디오를 통해 IP의 영상화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게임도 문화 콘텐츠라는 점에서 확장에 있어 IP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넥슨과 3N을 이루는 두 회사는 최근 블록체인 게임 도입을 선언했다. 다만 넥슨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 등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최 본부장은 “신중하게 지켜본다는 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