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삼성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공급 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늘어짐에 따라 TV 출시도 미뤄지는 분위기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65인치 패널 기준으로 LG전자 납품가격에 비해 최대 20% 낮은 수준의 공급가를 요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초 10% 낮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더 가격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패널 사업 호조로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아직 TV용 대형 OLED 판매에서 의미 있는 이익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고객사인 LG전자 외 삼성전자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면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사업은 그야말로 날개가 달리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TV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오히려 세계 1위 TV 제조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LG디스플레이와의 공급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급만 확정되면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물량은 충분하다는 계산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도 퀀텀닷(QD)-OLED 패널 공급가를 LG디스플레이에 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QD-OLED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보다 앞선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나란히 패널을 받고 있는 일본 소니의 경우 삼성 패널을 장착한 TV의 판매가를 LG 패널 제품보다 비싸게 팔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생산량이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사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장 적극적인 OLED TV 제조사인 LG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채택할 가능성이 작다. 업계는 삼성전자와의 협상 지연으로 QD-OLED 적기 공급을 놓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전략이 첫 단추부터 틀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니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굳이 급하게 시장에 OLED TV를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다. 미니발광다이오드(LED) 등 기존 LCD TV의 판매량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 OLED TV 추가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최대한 가격 협상력을 높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TV 제품 전략은 마이크로LED TV를 최상위에 놓고, 미니LED TV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분류한다. 마이크로LED TV의 경우 워낙 고가여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 최상위 제품은 미니LED TV다. 이 밑으로 OLED TV를 두는데, 지금과 같은 패널 가격으로는 제품 상하 구별이 어려워 최대한 제조원가를 낮추려 한다.
더욱이 LG전자가 최상위 제품으로 OLED TV를 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미니LED-OLED의 구도를 짠다면, 자연스럽게 LG전자 TV의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13년 OLED TV를 내놨다가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시장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고, 이 이후 OLED TV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라며 “LG전자가 OLED TV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에도 이런 성향은 바뀌지 않아 패널 공급사에 협상 우위를 계속해 가져가는 동시에, 미니LED의 장점을 더 부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