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로 준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2월 관련 계획을 발표한 후 3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환경영향평가가 늦어진 게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애초 계획한 2025년 완공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414만8000㎡(126만평) 부지를 확보,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를 짓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 4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SK하이닉스가 출자한 SPC(특수목적법인) 주식회사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시행을 담당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와 함께 50여개의 협력사가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한다. 산업단지가 완공되면 개별 회사가 각각의 부지를 분양받아 반도체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되는 경기 용인시는 반도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해 국내외 우수 인재 흡수가 쉽고, 기존 반도체 사업장(이천·청주·기흥·화성·평택 등)과도 가까워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단계 생산라인을 완공, 월 최대 8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핵심 생산 거점으로 용인 반도체 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메모리 생산라인과 함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혁신 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3년째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작할 계획이었던 환경영향평가가 연기되면서 착공이 늦어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위원회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는 용인에 대해서만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클러스터에서 나온 방류수가 주변 지역인 안성시를 통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성에 대한 추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안성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해졌고 환경영향평가는 6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예외로 인정한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린 셈이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따로 있다. 생산라인을 건설할 토지 확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 땅값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이 감정가보다 높은 토지 보상을 요구하면서 토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토지 수용 진척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률이 50%가 넘어야 착공이 가능한 법률 규정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속도로 토지 수용이 이뤄질 경우 올해 상반기 착공은 쉽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 토지 수용과 공장 건설 등을 고려할 때 2025년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2026년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
용인시와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주민들과 토지 보상 절차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는 만큼 토지 보상을 계획대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입장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열린 반도체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진도가 잘 나가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에 땅을 팔 수 있다고 보고 받았다”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산업단지 공사가 시작되면 2025년에 양산 준비를 마치고, 2026년부터 본 가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과거의 사례를 따져볼 때 계획보다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정부 규제와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애초 계획한 5년에서 10년으로 공사 기간이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이 지연되는 것에 대비한 별도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경기 이천 등에 있는 기존 생산라인을 늘려 생산량을 확충하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다만 모든 기업들이 만약을 대비해 별도의 계획을 마련하는 것일 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이 연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이 사장도 “용인 클러스터가 심각한 문제에 빠졌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