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를 육성 중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점유율과 글로벌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사업 경쟁력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유율 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7%와 비교해 1년 만에 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까지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애플을 앞섰다. 하지만 2020년 2분기부터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분기 4%까지 줄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엑시노스 점유율이 5위로 하락했다”라며 “퀄컴이 삼성전자 점유율을 흡수하면서 영역을 넓혔다”라고 했다.
퀄컴은 지난해 4분기 점유율 30%를 기록하면서 1위 미디어텍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는 전년 동기 23% 대비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미디어텍의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33%로 1년 새 4%포인트 줄었다. 퀄컴이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의 점유율을 흡수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점유율 21%로 3위 자리를 지켰다. 1년 새 점유율 1%포인트가 줄었다. 아이폰13의 판매량이 전작(아이폰12)에 못 미치면서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당분간 모바일 AP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AP인 엑시노스 탑재를 늘리기 위해 매년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 탑재를 확대했는데,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22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더 많이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를 우선적으로 채용했는데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며 “엑시노스가 발열과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분간 엑시노스가 부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CPU, GPU, 통신칩 등 모바일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모든 기능을 갖고 있다. 줄여서 AP라고 부른다. 시스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1개의 칩 위에 집약해 놓은 SoC(시스템온칩·통합칩)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