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SK스퀘어

SK텔레콤이 오는 2025년까지 앞으로 4년 동안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월간 이용자 수(MAU)를 지난해보다 30배 늘어난 3000만명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기간 연평균 8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국내 1위이자, 아시아 1위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준 증권가는 제페토의 MAU를 1200만~1500만명 규모로 추정한다.

23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기준 100만명 수준이었던 이프랜드의 MAU를 오는 2025년까지 3000만명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4년간 30배 이상 늘리겠다는 얘기다. 목표 달성을 위해 4년 동안 매년 750만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SK텔레콤의 공격적인 목표 설정은 폭발적인 메타버스 시장 성장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지난해 기준 수십조원 수준이었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3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약 50조원이었던 메타버스 시장이 2025년 31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통계 전문 업체 스태티스타도 2025년 330조원으로 전망했다. 스태티스타는 또 오는 2026년이면 세계 인구 25%가 하루 1시간 업무, 쇼핑, 교육 등을 위해 메타버스 공간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SK텔레콤이 이프랜드에 꾸민 ‘정동진 해돋이 공원’에서 <2022 근하신년 – 새해 첫날 해돋이 생중계> 행사의 리허설 모습. 전광판 해돋이 이미지는 강원도 양양군에서 제공한 사전 촬영 이미지. /SK텔레콤

이프랜드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출시 첫 달 MAU는 28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 올해 1월 113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도 출시 첫 달 40만명에서 올해 1월 360만명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이용자와 가입자 성장 가속화를 위해 내부 경제 시스템 활성화와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가상화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을 이프랜드에 도입해 중장기적으로 현실 경제와 메타버스 공간을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 후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는 메타버스 생태계 강화를 위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과 카카오 계열 넵튠의 자회사인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에 총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또 올해 중 북미, 유럽 등 메타버스 이용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출시도 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올해부터 이프랜드 성장에 고삐를 쥐면서 선두주자인 네이버 제페토 추격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SK텔레콤보다 3년 앞선 2018년 제페토를 출시했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 수만 2억60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올해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페토는 아시아 1위 메타버스 서비스로서 생태계를 확장해가고 있다”라고 했다. 제페토의 MAU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는 최대 2000만명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SK텔레콤이 2025년 목표로 한 3000만명 이상의 70% 수준이다.

구찌가 제페토에 개장한 구찌 빌라. /제페토 유튜브 캡처

다만 제페토의 현재 성장세를 고려하면 오는 2025년까지 MAU가 80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네이버는 지난해 제페토의 MAU가 전년보다 57%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한 관계자는 “제페토가 국내 시장 선두 주자인 만큼 시장 선점 효과로 인해 후발주자들이 단기간 내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시장 성장 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뒷받침되는 만큼 서비스 차별화로 격차는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