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제공

카카오(035720)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2020년)보다 48% 증가한 6조1361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네이버(지난해 6조8176억)에 이어 카카오도 처음으로 연 매출 6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카카오는 2020년 첫 4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단숨에 6조원대로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4560억원)보다 31% 증가, 역대 최대인 5969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네이버(1조3255억원)엔 못 미쳤다. 영업이익률은 9.7%다.

카카오의 두 사업 부문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 40~5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플랫폼 부문에선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신사업(플랫폼 기타)이, 콘텐츠 부문에선 게임이 각각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실적. /카카오 제공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44% 늘어난 3조2408억원이었다. 플랫폼 부문 중 카카오톡 광고, 커머스(쇼핑) 매출 등을 포함하는 ‘톡비즈’ 매출은 43% 늘어난 1조6439억원을 기록해 전 사업 중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DAUM) 포털 관련 사업인 ‘포털비즈’ 매출은 4925억원으로 전년보다 3% 늘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어 디지털 광고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카카오톡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70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만명 늘었다.

카카오톡의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뷰’에선 누적 16만개의 창작자·편집자 채널, 300만개의 보드(콘텐츠 발행 단위)가 만들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뷰 활성화를 통해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체류시간을 늘릴 방침이다.

독립 조직이었던 카카오커머스를 지난달 본사의 커머스사업부로 흡수한 카카오는 올해 커머스 연간 거래액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인 ‘지그재그’ 등 총 4개 커머스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이 중 주력 사업인 선물하기는 42% 늘었다. 실물배송 선물의 거래액도 늘어 선물하기 전체의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카카오는 “중장년층의 선물하기 애용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라며 “올해는 (신규 이용자 유입보단) 이용자당 구매건수 증가로 거래액 성장을 이룰 걸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라이브커머스(생방송쇼핑) 서비스 ‘쇼핑라이브’를 현재 소수의 대형 브랜드 판매자에게만 제공하는 폐쇄형 방식에서, 네이버처럼 모든 소상공인에 확대하는 개방형 방식으로 상반기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인수 회사 ‘그립’도 개방형 방식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등 플랫폼 신사업을 포함하는 ‘플랫폼 기타’ 매출은 78% 늘어 처음으로 1조원대(1조1044억원)를 기록했다.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입자 3000만명을 넘었고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는 업계 최다인 3만대를 넘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 첫 테크콘퍼런스 ‘넥스트모빌리티(NEMO) 2022′를 열고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2조8953억원으로 52%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 사업인 ‘게임’ 매출은 1조원에 가까운 9988억원으로, 전 사업 중 가장 높은 102%의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 덕이다.

음원 스트리밍 ‘멜론’ 서비스와 음악 제작·유통을 포함하는 ‘뮤직’ 매출은 10% 증가한 7725억원,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픽코마와 지식재산권(IP) 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인 ‘스토리’ 매출은 50% 증가한 7911억원이었다. 영상 제작 등 ‘미디어’ 매출은 3329억원으로 역시 85%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스토리 사업 중 픽코마의 연간 거래액은 74% 증가한 7227억원이었다.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1위에 이어 지난해 대만, 태국에 진출했고 상반기 유럽 거점인 프랑스 진출도 앞두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유료 결제, 타 플랫폼과 해외로의 IP 유통을 합친 총 거래액은 47% 성장한 7767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북미권에서 무협 등 남성향 콘텐츠에 특화한 플랫폼 ‘우시아월드’ 인수를 마무리해 외연 확장을 계속한다.

다음달 남궁훈 대표 체제가 꾸려지는 카카오는 올해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진출에 나선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톡 기반의 이용자 연결 등 그룹 역량을 총동원, 사업 진출 전략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클레이튼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꾸린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양한 투자와 협업으로 좀 더 메타버스 플랫폼에 맞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메타버스의 주요 구성요소가 게임과 유사한 만큼 다양한 게임사가 클레이튼에 진출해 P2E(Play to Earn)를 포함한 생태계를 활성화할 걸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불거진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여 공동대표는 카카오는 성장통을 겪었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다시 한번 최근 불거진 논란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궁훈 신임 대표 내정자를 중심으로 논란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혁신을 만들어나가겠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전날 남궁 대표 내정자는 현재 8만원대인 회사 주가를 15만원으로 회복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을 받겠다고 했다.

자회사 분할상장으로 본사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쪼개기 상장’ 논란에도 해명했다. 배 CIO는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며 “카카오는 톡비즈(카카오톡 관련 사업)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본사에서 잘되고 있는 사업을 물적분할할 계획은 안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배 CIO는 “(상장했거나 준비 중인 자회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이 없던 사업 초반에 (상장했거나 상장 준비하고 있고),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인수한 사업을 상장한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사업 초기에 분사를 통한 외부 자금 투자가 필수였다”라고 설명했다.

연간 영업비용은 임직원 상여와 인건비 증가로 전년보다 50% 늘어난 5조5392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7852억원으로 전년 4분기보다 45% 늘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85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