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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국내 5세대 이동통신(5G) 활성화를 위해 ‘5G 특화망(이음 5G)’을 내놨지만, 이를 활용하겠다는 기업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국내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인 네이버가 ‘1호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주파수 할당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음 5G 주파수 할당을 받은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가 유일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국내 통신사업자가 아닌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G망을 직접 구축할 수 있는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이음 5G는 주로 스마트공장 등 산업 용도로 활용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경기 성남시에 들어설 제2 사옥 내 5G 특화망을 구축해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브레인리스 로봇’을 운용할 계획이다. 브레인리스 로봇은 사옥 내 택배·음료 배달 등에 활용된다.

네이버 제2 사옥에 상주하는 브레인리스 로봇. /네이버

과기정통부는 이음 5G 활성화를 위해 주파수 할당 절차도 간소화했다. 실제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11월 과기정통부에 이음 5G 할당 신청을 했고, 한 달 만에 승인을 받았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이음 5G 주파수 할당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1월 이음 5G 관련 수요·공급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부분도 이음 5G 도입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간담회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삼성SDS, LG CNS 등이 참석했다.

정작 현재까지 이음 5G 특화망 도입 의사를 밝힌 곳은 LG CNS가 유일하다. LG CNS 관계자는 “1분기 중 과기정통부에 이음 5G 주파수 할당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반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검토 중인 상황이며, 삼성SDS는 도입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사업을 할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검토 중이다”라고만 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음 5G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통신사업자가 되겠다는 의미로, 기존 통신장비를 국내 통신사업자에 공급하는 역할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며 “이음 5G 인프라 구축, 장비 등의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으로 이음 5G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음 5G 활성화를 명목으로 기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크게 사업 계획이 없지만, 정부에서 요청하니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토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연말 중이면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