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주 중인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시장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에 이어 미국 구글도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새로운 폼팩터(물리적 형태)인 폴더블폰 개척자로,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을 강조할 수 있게 되어서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 품질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자체 조달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기술력에서 독보적인 것은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 90% 이상으로 추산된다. 폴더블폰 주도권을 사실상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셈으로, 시장이 커질수록 삼성전자가 웃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더3&플립3 프로모션 영상. /삼성전자 유튜브

◇ 中 화웨이 이어 美 구글도 폴더블폰 참전

3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중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기 명칭은 픽셀 폴드, 픽셀 노트패드 등이 언급된다.

외신들은 구글의 폴더블폰 출시 근거로 지난해 공개한 새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12L’을 지목했다. 나인투파이브구글은 안드로이드12L 베타 2에서 SIM(심)카드를 폴더블폰에 삽입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파일을 발견했는데, 픽셀폴드의 심카드 슬롯이 바닥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픽셀 폴드에 작은 외부 디스플레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12L. /구글 블로그

씨넷 역시 구글이 내놓은 안드로이드12L에 주목했다. 지난해 구글은 안드로이드12L 베타 버전을 공개하며 접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차세대 멀티태스킹 등 폴더블폰을 위한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흥행에 성공하자 지원사격에 나선 것과 동시에 앞으로 자사의 폴더블폰 출시를 대비하기 위한 밑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구글은 스마트폰을 위한 운영체제만 개발할 뿐 이를 폴더블폰이나 태블릿PC에 맞게 바꾸는 작업은 제조사에 맡겼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탭S 시리즈를 앞세워 세계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한 애플 아이패드에 대항하는 동안에도 구글의 지원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야 했다.

다만 구글 폴더블폰 시장 진출에 대해 명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출시와 연기, 사업 철수 등 다양한 소문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은 구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픽셀 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또 IT매체 폰아레나는 “완벽하지 않은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출시를 미루는 것이 낫다”고 보도한 바 있다.

◇ 경쟁사 진출에도 느긋한 삼성… ”품질 따라잡기 역부족”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내놓은 갤럭시Z폴드·플립3가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화웨이, 오포 등 중국업체와 구글까지 가세하면 폴더블폰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폴더블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화웨이 P50 포켓 디스플레이 결함을 주장하는 게시물. /유튜브 캡처

유튜브를 비롯,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폰을 비교하는 게시물이 여럿 게재되고 있다. 게시물 중에는 갤럭시Z플립3와 P50 포켓의 경첩(힌지) 고정력을 비교하는 영상이 있는데, 어떤 각도에서도 고정돼 있는 갤럭시Z플립3와 달리, P50 포켓은 고정되지 않고 스스로 눕거나 펴진다. 또 P50포켓 이용자가 디스플레이 내구성을 지적하는 이미지도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 공개 8년 만인 2019년 폴더블폰을 내놓으며 시장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수방진 미지원과 디스플레이 내구성 등이 문제로 지적받았고,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2020년 기준 시장 규모는 200만대가량에 불과하다.

안팎에서의 지적에도 삼성전자는 해마다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제품을 개선해왔고, 지난해 8월 갤럭시Z폴드·플립3를 통해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갤럭시Z폴드·플립3 등 삼성전자 폴더블폰 시리즈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이 전년과 비교해 약 3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를 상회한 것이다.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독무대인 만큼, 삼성전자의 판매량이 곧 세계 시장 판매량과 비슷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내다본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은 900만대 규모로, 이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지난해 800만대 규모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핵심 요소인 디스플레이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점 역시 시장 입지를 굳건히 할 요인으로 꼽힌다. 품질 논란에 휘말린 화웨이 P50 포켓은 중국 BOE로부터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2000만장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을 9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