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2에서 선보인 QD디스플레이 전시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철수 시점을 올해 연말에서 6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LCD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철수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TV용 대형 LCD 생산 라인인 L8-2를 올해 6월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수 결정은 최대 고객사이자 계열사인 삼성전자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 말까지 국내외 LCD 생산라인을 모두 정리,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LCD 가격이 오르자 삼성전자가 TV용 LCD 생산 연장을 요청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요청을 받아들여 아산캠퍼스에서 LCD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구조 비교 모습. OLED는 백라이트가 있는 LCD 대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 철수 시점을 앞당긴 배경에도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TV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BOE와 대만 AOU, 이노룩스가 만드는 저가의 LCD 구매를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기존 LCD 대신 밝기와 색 재현율이 좋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QLED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LCD 가격 하락도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철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올해 1월 TV용 LCD 가격은 32인치 기준 38달러(약 4만53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88달러(약 10만4900원)와 비교해 7개월 만에 64% 떨어졌다. 같은 기간 43인치와 55인치, 65인치 LCD 가격도 40~50% 하락했다. 그만큼 LCD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를 대신해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재편을 계획대로 마무리할 예정이다”라며 “QD디스플레이를 통한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의 리더십 확보에 주력하겠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CD 생산라인에서 패널 점검하는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충남 아산캠퍼스 내 8.5세대(2200×2500㎜) 대형 생산라인(Q1)에서 QD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다. 다만 연간 출하량이 55인치 72만대, 65인치 108만대 등 총 180만대로 많지 않다.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2020년 기준·4928만대)의 3.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철수하는 LCD 생산라인을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에 속도를 낸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LCD 완전 철수를 추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TV용 LCD를 계속 생산하기로 했다. 다만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노트북, 태블릿 등에 사용하는 정보통신(IT)용 LCD 물량을 OLED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전체 LCD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LCD는 지난 10년 넘게 디스플레이 시장을 견인했지만 TV를 포함한 모든 기기에서 무게 중심은 OLED로 넘어갔다”라며 “글로벌 TV 시장 1위 삼성전자도 OLED TV 출시를 선언한 만큼 TV 시장에서 LCD 패널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