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기반의 디지털 예술품 거래 플랫폼을 TV에 싣는다. 이미 삼성전자가 TV에 NFT 거래소 기능을 넣은 제품을 선보였고, LG전자 역시 TV에 거래 플랫폼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가 최근 발표한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네오 QLED, 더 프레임 등 TV 신제품에 NFT 플랫폼이 탑재된다. TV를 비롯한 여러 기기에서 게임과 영화 감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지원하는 ‘스마트 허브’에 NFT 거래 기능을 넣은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디지털 예술 작품을 발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직관적인 통합 플랫폼이다”라며 “소비자들은 소파를 떠나지 않고도 NFT를 검색하고 살 수 있다”라고 했다. 해당 기술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의 혁신상을 받았다.
TV를 통해 NFT를 거래하는 시스템을 선보인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다. 해당 플랫폼은 마켓플레이스(구매자와 판매를 연결하는 상거래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다양한 외부 거래소에서 NFT 디지털 예술품을 가져와 TV에 맞게 보여주는 형태다. 소비자들은 TV로 NFT 예술품을 선택해 창작자나 작품 해설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현재 NFT 시장은 스타트업의 독무대다. 지난 2017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설립된 오픈씨의 경우 지난해 100억달러(약 12조원)의 거래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니프티 게이트웨이와 협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플랫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그라임스가 그림을 판매해 20분 만에 65억원의 수익을 거둔 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의 TV가 특별히 방송이나 영상 콘텐츠를 보지 않아도, 다양한 사진이나 미술품을 켜놓는 등 인테리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착안, NFT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제품군에 속해 있는 ‘더 프레임’의 경우 세계 유명 미술·박물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액자 역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냉장고 등으로 NFT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또한 NFT 플랫폼을 TV에 적용하기로 했다. 박형세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 부사장은 “(NFT 플랫폼을 TV에) 탑재할 계획이 있다”라며 “지금까지 몇 년간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진행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예술과 미술품에 최적화돼 있다고 판단해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LG전자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도 많이 진전돼 있어, NFT의 TV 탑재 계획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LG전자는 디지털 예술 플랫폼 기업인 블랙도브와 함께 초대형 가정용 사이니지 LG 다이렉트뷰(DV)LED 익스트림 홈 시네마에 NFT 작품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트 컬렉션을 추가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NFT 기반 예술품 전시회인 더 게이트웨이에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R을 이용해 NFT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NFT 관련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펼쳐왔다. 삼성전자는 주로 벤처캐피털 삼성넥스트를 통해 투자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NFT를 활용한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플레이투언)으로 알려진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대퍼랩스에 지난 2018년 투자했고, 최근에는 슈퍼레어, 애니모카 브랜즈, 니프티스, 페이즈, 오프 등 NFT 관련 스타트업의 지분을 흡수했다.
또 삼성전자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3 출시 때는 구매자에 국내 미술작가들의 NFT 작품을 무료로 배포했고, 지난해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엑스 윈터 NFT 갤러리’에 참여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추진하고 있는 ‘클레이튼 거버넌스’에 LG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참여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NFT는 토큰 하나마다 대체할 수 없는 고유 가치를 지녀, 한 개의 토큰이 모두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는 다른 성격을 보인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NFT는 디지털 예술품과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NFT 거래액은 지난해 230억달러(약 27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 9500만달러(약 1100억원)과 비교해 24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 NFT
Non-Fungible Token.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한 것. 대체불가능토큰이란 이름처럼 단 하나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