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이닉스와 협력해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SAPEON(사피온) X220'. /SK텔레콤

SK텔레콤이 지난 11월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SK스퀘어와 인적분할한 이후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을 앞세워 관련 분야 사업을 지속한다. 이미 지난해 처음 내놓은 제품은 SK그룹 계열사와 해외 방송국 등에 적용하며 안팎에서 검증을 마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차세대 제품 설계 구현의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만큼 차세대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사피온 X330′ 설계 구현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사피온 X330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내놓은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의 차세대 제품이다. AI 반도체는 낮은 전력으로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돕는다. 이 때문에 AI 가속기라고도 불린다. 실제 SK텔레콤 역시 사피온 제품 연구과제 명칭을 ‘AI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로 명명하고 있다.

반도체

AI 반도체는 AI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6배 성장해 2030년 총 1179억달러(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0년 뒤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은 30%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없다.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자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SK텔레콤이 새로 내놓을 제품은 기존 사피온 X220보다 성능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사피온 X220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전력 사용량은 80%에 불과하지만, 딥러닝(심층학습) 연산 속도는 1.5배 빨랐다. 특히 가격은 GPU의 절반 수준이었다.

SK텔레콤은 첫 국산 AI 반도체로 내놓은 사피온 X220을 통해 기술검증도 마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스피커 누구(NUGU) 등 자체 사업 적용은 물론, SK쉴더스(전 ADT캡스)를 비롯한 자회사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또 미국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설립한 방송 장비 개발사에 납품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특히 SK텔레콤은 사피온 X330 출시를 계기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분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팹리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퀄컴, AMD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사피온 개발을 담당해왔던 연구개발(R&D)부서를 계열사로 독립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1월 4일 AI 반도체 사업인 ‘사피온’을 신설법인 ‘사피온코리아(가칭)’에 양도할 계획이다. 사피온코리아는 SK텔레콤 계열사로 편입된다.

이를 위해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물밑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올해 4월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서울대를 거친 AI 반도체 분야 석학인 류수정 전 서울대 교수를 AI엑셀러레이터 담당으로 영입한 바 있다. 류 담당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병렬프로세서 구조 연구를 수행한 후, 2004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GPU 개발 담당 임원 등을 역임했다. SK텔레콤은 류 담당이 반도체 하드웨어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과 관련 서비스·AI에 대한 비전을 지닌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관련 사업에 대한 구체적 발표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KT도 최근 클라우드 기반의 GPU 인프라 제공 서비스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출시를 계기로, 2022년 초대규모 GPU 팜 구축에 이어 2023년 전용 AI 반도체 칩 제작에 나서 GPU 기술 국산화를 추진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AI 반도체칩 팹리스 시장 진출을 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