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대표들이 농어촌지역 5G 공동이용망 시범상용화 시연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대표이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018년 정부로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할당을 받으며 올해 연말까지 28㎓(기가헤르츠) 기지국 총 4만5000대를 올해까지 구축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별로 각 1만5000대를 구축해야 하는데, 11월 기준 최저 50대 수준에 그치는 등 의무이행률 0%대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의무이행률 10% 미만이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정부는 내년 4월 통신사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제재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28㎓ 5G 기지국은 312대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가 158대, SK텔레콤이 103대, KT가 51대 순이다.

올해 연말까지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해야 할 28㎓ 5G 기지국 수는 총 4만5000개다. 이들 업체의 기지국 구축 이행률은 0.7%에 불과하다. 업체별로 봐도 0.3~1.0%에 그친다. 앞서 이들 업체는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이 같은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지지부진했던 28㎓ 5G 기지국 구축의 배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꼽는다. 기지국 구축을 위한 건물 출입 등 환경이 원활하지 않았고, 네트워크 장비 수급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보다 5G 상용화가 두 시간 늦었던 미국의 경우 지난해 단일 통신사 한 곳이 1만7000개에 달하는 28㎓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약 2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는 ‘고육책’으로 서울 지하철 내 28㎓ 기지국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28㎓ 주파수를 백홀(전송망)로 사용해 최신 와이파이 6E 공유기가 신호를 뿌리는 방식이다. 백홀은 상위 기간망과 하위망을 연결해주는 전송망이다. 현재 2호선 일부 구간에 제공되는 28㎓ 5G 서비스를 내년 말부터 2호선 전체와 5·6·7·8호선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가 현재까지 지하철에 공동으로 구축한 28㎓ 기지국은 총 26대다. 이를 업체별 구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경우 총 구축 수는 78대가 늘어날 예정이지만, 의무구축 대수를 채우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4월 중 이동통신 3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올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절차적 권리기 때문에 이를 당긴다든지, 늘리는 것을 임의로 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현행법상 의무 구축수량 대비 실제 구축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이는 둘 중 하나라도 미달되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을 훨씬 웃돌아도, 의무이행률이 10% 미만이면 취소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파수 할당대가인 6200억원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기업 1곳당 약 2000억원씩이다.

양정숙 의원은 “이동통신 3사의 의무이행률이 1%로도 넘기지 못한 채 목표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과기정통부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협력해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개선을 포함하여 28㎓ 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다만 28㎓ 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비, 단말, 서비스 등 관련 생태계의 구축과 기업간 거래(B2B) 분야의 실질적인 수요가 필요한 만큼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