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막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두고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글이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인앱결제(10~30%)에 맞먹는 6~26%의 수수료율을 매기면서, 사실상 법을 우회하고 인앱결제 정책을 유지한다는 논란이 나오면서다.
방통위가 논란을 의식해 법 우회 행위까지 잡아내기 위해 시행령을 마련 중인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의 핵심 용어이자 인앱결제를 겨냥한 용어인 ‘특정한 결제방식’이 모호하게 정의된 것이 법 우회 행위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결제방식’이 ‘결제수단’뿐 아니라 ‘결제시스템’까지 포함하도록 구체적으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할 때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 여기서 결제방식은 카드·휴대폰·현금 등 돈을 지불하는 방법인 결제수단, 또는 이런 결제수단을 활용해 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인 결제시스템 모두로 해석될 수 있다. 인앱결제는 결제시스템에 해당한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IT기업과 단체에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관련 법률 자문을 한 법무법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의견을 냈다. 업계는 시행령에 반영을 요구할 의견을 정리하기 위해 법무법인들에 자문을 받는 중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들은 구글이 결제방식이란 용어를 결제수단으로만 해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사 수수료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인앱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강제하면서, 그 시스템 안에서 다른 결제수단만 추가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 허용한 다른 결제방식은 정식 명칭이 인앱결제의 한 종류인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이다.
지난달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 도입이 예고된 후 정치권과 업계는 구글이 법을 우회해 여전히 인앱결제를 강제하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이에 방통위는 시행령 초안에 수수료·노출·검색·광고 또는 그밖에 경제적 이익 등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도 법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법무법인들은 방통위가 법 취지대로 구글을 제대로 규제하기 위해선 ‘강제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구체화하는 것뿐 아니라, ‘특정한 결제방식’이 무엇인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시행령에서 ‘특정한 결제방식’을 ‘특정한 결제방식(결제수단의 앱 내 구축, 구현, 실행,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결제시스템을 포함한다)’과 같은 식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입법 추진 중인 미국판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인 ‘오픈 앱마켓 법안(Open App Markets Act)’도 ‘인앱결제 시스템(In-app payment system)’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행령 초안이 나오기 전부터 이런 업계 의견이 방통위에 제기됐지만 방통위는 ‘결제방식’이 이미 ‘결제수단’과 ‘결제시스템’을 포괄하기 때문에 표현을 더 구체화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A법무법인은 “현재는 법망을 피하려는 (구글의) 명백하고 구체적인 시도가 있는 만큼 (용어 정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방통위는 업계, 법조계 의견을 반영해 내년 3월 시행령을 확정하기로 했다.